사진제공=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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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에 나선다. 판매규모가 은행권 중 가장 작은 400억원대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해 선제적인 배상 결정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이 자율배상에 물꼬를 트면서 다른 은행들도 논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 이사회에서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배상안) 수용을 결정함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부터 홍콩H지수 ELS 투자자와 접촉해 자율배상 절차에 돌입한다.

우리은행이 밝힌 자율배상 대상 홍콩H지수 ELS 판매금액은 415억원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1월부터 만기 도래가 시작된 다른 은행들과 달리 아직 만기 도래 건이 없어 확정된 손실액도 없다. 오는 4월 12일 첫 만기분부터 손실 확정된 고객에게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에 따라 배상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배상비율은 앞서 지난 11일 금감원이 발표한 배상안에 따르되 투자자별로 고려할 요소가 많고 개별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사항인 만큼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산출하기는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다. 시장에서는 다수의 배상비율이 20~60% 내에 분포할 것으로 예측 중이다. 배상액 규모는 최대 100억원 안팎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배상절차 등 자율조정 내용 안내를 시작으로 본격 조정 절차에 돌입키로 했다. 또한 개별적으로 배상비율 협의와 동의를 마치고 나면 일주일 이내로 배상금 지급이 완료될 것으로 봤다.

우리은행은 타행보다 먼저 자율조정에 나선 배경에 대해 ELS 만기 이전에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투자자 보호에 나서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비예금상품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강화된 내부통제체계를 통해 상대적으로 현저히 적은 홍콩H지수 ELS 판매잔액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에 더해 거래고객을 보호하고 분쟁을 방지하고자 금감원 배상안을 숙고해 자율조정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발 빠른 움직임에 아직 자율배상 여부를 결론내지 못한 다른 시중은행은 가시방석에 앉은 모양새다. 우리은행과 판매금액 단위 자체가 다르다 보니 배상안 수용 여부를 놓고 법률적 검토 등을 진행하며 더욱 고심해 온 다른 은행들도 결국 자율배상 논의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은행별 홍콩 ELS 판매 규모는 KB국민은행이 7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뒤를 이어 신한은행(2조4000억원), NH농협은행(2조2000억원), 하나은행(2조원), SC제일은행(1조2000억원) 우리은행(400억원) 순이다.

이중 하나은행은 오는 27일 임시 이사회에서,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오는 28일 이사회에서 각각 홍콩H지수 ELS 자율배상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앞서 전날 열린 이사회에서 자율배상에 관한 현안을 공유한 신한은행의 경우 이른 시일 내에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판매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의 경우 결정이 더욱 쉽지 않은 모양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판매된 ELS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보상 관련 절차를 조속히 논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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