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행동주의 펀드가 올해 기업 주주총회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면서, 재계 일각에선 이제는 새로운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일 재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일부 행동주의 펀드가 올해 일부 기업의 주총을 통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진 참여 등을 통한 경영 참여가 현실화됐다. 

JB금융지주, KT&G, 태광산업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JB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달 28일 있었던 정기 주주총회에서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추천한 김기석·이희승 후보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KT&G도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제안한 손동환 성균관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처럼 행동주의 펀드가 지분 매입이나 주총 등을 통한 경영참여가 현실화되면서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일각에선 '기업 사냥꾼' 등의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일 정도다. 

한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23년에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기업 수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대비 9.6배 증가했다. 공격적 행동주의로 수익을 올리는 헤지펀드뿐만 아니라 단순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까지 한국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을 늘리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연장선에서 사모펀드나 일반 기관투자자들도 수익률 제고의 수단으로 행동주의 전략을 활용하면서, 행동주의펀드와 일반 기관투자자들 간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는 경계심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달 29일 서울 중구 굿모닝시티빌딩 스카이홀에서 열린 태광산업 주주총회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3명의 이사 후보들이 모두 이사로 선임됐다. 사진은 태광산업 주주총회 현장 모습.(사진=태광산업 제공)
지난 달 29일 서울 중구 굿모닝시티빌딩 스카이홀에서 열린 태광산업 주주총회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3명의 이사 후보들이 모두 이사로 선임됐다. 사진은 태광산업 주주총회 현장 모습.(사진=태광산업 제공)

반면, 일부 기업에선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이 최근 다방면으로 다양화하고 있는 만큼, 주주와의 소통 일환으로 투명 경영을 통한 경영 제고에 포커스를 맞추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태광산업은 주총에서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3명의 사내외 이사 후보를 선임했다. 

김 교수는 20년 넘게 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해 온 자본시장 전문가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 국민연금기금 투자정책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해 왔다. 안 상무는 23년간 회계사로 활동한 회계·재무 전문가다. 이들은 태광산업의 사외이사로서 감사위원회 위원도 겸하게 된다.

태광산업 측은 트러스톤의 제안을 수용한 배경에 대해 “회사에 대한 주주들의 쇄신 요구에 대주주도 상당 부분 공감한 결과”라며 “앞으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주주와의 관계를 일방 소통에서 쌍방향 소통으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업 내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재계 일각에선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 위험성과는 별개로 행동주의 펀드의 전문성 등 장점은 받아들이는 등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