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포 공격에 처참한 피해를 당한 우크라이나 외곽[로이터=연합뉴스]
로켓포 공격에 처참한 피해를 당한 우크라이나 외곽[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가 여섯째로 접어들었지만 아직 해결 기미는커녕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하는 형국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2차 회담을 2일 하기로 의견을 모았을 뿐 구체적인 결과 도출에는 실패했다. 

시가전에 대비하는 우크라이나 향토예비군[AFP=연합뉴스]
시가전에 대비하는 우크라이나 향토예비군[AFP=연합뉴스]

 

  오히려 수도 키예프를 둘러싼 공방전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또 우크라이나 두 번째 도시인 하르코프에서는 러시아군이 인명 살상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진공폭탄'까지 사용,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이번 침공과 관련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이 국제결제망 퇴출 등 금융제재를 중심으로 경제적 제재 수위를 높인 데 맞서 '전략핵무기 카드'를 꺼내드는 등 강경한 분위기다.

 

  회담하는 러시아(좌) 대표단과 우크라이나 대표단[AFP=연합뉴스] 
  회담하는 러시아(좌) 대표단과 우크라이나 대표단[AFP=연합뉴스] 

 

  CNNㆍNBC 방송, 로이터ㆍ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에 가까운 벨라루스 고멜 주(州)에서 처음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5시간가량 진행된 첫 회담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결과 도출에는 실패했다. 다만 양측은 일부 합의가 가능한 의제를 확인하고 2일 2차 회담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표단 단장은 "우리는 모든 의제에 대해 상세히 논의했다"며 "합의를 기대할 만한 일부 지점들을 찾았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에서 러시아의 침공 상황을 설명하는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 침공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군의 공격에 비유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는 러시아군 전면 침공에 맞서기 위해 이날 국가 총동원령을 승인했다[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에서 러시아의 침공 상황을 설명하는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 침공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군의 공격에 비유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는 러시아군 전면 침공에 맞서기 위해 이날 국가 총동원령을 승인했다[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회담 후 비디오 연설을 통해 "협상단이 키예프로 돌아오면 우리가 들은 것을 분석할 것"이라며 "그리고 난 다음 두 번째 협상을 어떻게 진행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스팅어미사일 발사훈련하는 주한미군[연합뉴스 자료 사진]
스팅어미사일 발사훈련하는 주한미군[연합뉴스 자료 사진]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결과물을 얻지는 못했다"면서도 "일부 시그널은 얻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조만간 다음 회담을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서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격전 흔적 역력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외곽지대[로이터=연합뉴스]
격전 흔적 역력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외곽지대[로이터=연합뉴스]

    회담 와중에도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양측간 교전이 더 치열해졌다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애초 예상보다 진격이 더딘 러시아가 공격 수위를 높이는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파괴된 러시아 전차[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서 파괴된 러시아 전차[EPA=연합뉴스]

   CNN과 NBC는 특히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리코프에서는 민간지역에 대한 포격으로 수십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미국산 대전차 미사일인 '재블린'을 사용해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우크라이나 국방부 제공.연합뉴스 자료 사진]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미국산 대전차 미사일인 '재블린'을 사용해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우크라이나 국방부 제공.연합뉴스 자료 사진]

  러시아는 애초 군사시설을 제외한 민간지역은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민간인 지역에 무차별 포격과 이에 따른 사상자가 속출하자 비난 수위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아파트[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아파트[로이터=연합뉴스]

  작전이 예상 밖으로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차질을 빚으면서 러시아군가 증원부대와 물자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는 증거가 잇따라 나왔다. 

  CNN은 키예프 부근에서는 수십㎞에 달하는 러시아군 수송 행렬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CNN은 미국 상업위성 업체 맥사(Maxar)가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 분석을 토대로 키예프 도심에서 약 27㎞ 떨어진 안토노프 공항에서부터 북쪽으로 64km 넘게 러시아군 수송 행렬이 늘어서 있으며 갈수록 길어진다고 전했다.

키예프로 향하는 러시아군 차량대열[CNN 캡처]
키예프로 향하는 러시아군 차량대열[CNN 캡처]

    러시아가 제네바 협약으로 사용이 금지된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2020년 러시아 군사 퍼레이드에 참여한 진공탄 발사차량[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2020년 러시아 군사 퍼레이드에 참여한 진공탄 발사차량[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미국 의회 보고를 마친 뒤 "러시아군이 제네바 협약에 의해 금지된 진공폭탄을 사용했다"며 "러시아가 거대한 가해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공폭탄은 산소를 빨아들여 강력한 초고온 폭발을 일으킴으로써 주변에 있는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하는 무기라고 연합뉴스가 설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가혹한 제제' 등에 대한 맞대응으로 '핵 위협' 카드를 꺼내 들면서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핵전력 강화 준비태세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군사 충돌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19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쿠라 훈련장에서 '야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참관하에 ICBM과 크루즈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대규모 전략 핵무기 훈련을 벌였다고 밝혔다[EPA=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군사 충돌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19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쿠라 훈련장에서 '야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참관하에 ICBM과 크루즈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대규모 전략 핵무기 훈련을 벌였다고 밝혔다[EPA=연합뉴스]

 국방부는 보도문을 통해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전략미사일군과 북해함대, 태평양함대 등의 당직팀과 장거리비행단(전략폭격기 비행단) 지휘부가 강화 전투 준비태세로 돌입했다"고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오른쪽)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이 2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 태세 강화를 명령했다[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오른쪽)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이 2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 태세 강화를 명령했다[AFP=연합뉴스]

 '3대 핵전력'(Nuclear Triade)으로 불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 폭격기를 운용하는 부대 모두가 함께 비상 태세에 들어간 셈이다.

 

러시아 대독전승기념 행사에 참가한 러시아 ICBM '야르스'[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러시아 대독전승기념 행사에 참가한 러시아 ICBM '야르스'[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유럽연합(EU)은 '리틀 러시아'로 불릴 정도로 친러 성향의 벨라루스가 러시아 핵무기에 장소를 제공하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불라바' 발사 훈련[리아 노보스티 제공]
러시아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불라바' 발사 훈련[리아 노보스티 제공]

   벨라루스는 지난 27일 대통령 연임 제한 조항 개정과 비핵화 정책 철회, 러시아 병력의 영구적 주둔 허용에 관한 내용을 담은 개헌안을 투표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EU는 "우리는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가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면서 "그것은 러시아가 핵무기들을 벨라루스에 둘 것이라는 의미이고 이는 매우 위험한 길"이라고 우려했다.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왼쪽)과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합동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EU는 전날 발표한 대(對)러시아 제재안에 새로운 제재 방안을 더할 방침이다. 집행위는 "EU 내 러시아 자산 동결과 EU 금융시장 접근 차단 등 가장 강력한 제재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AF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왼쪽)과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합동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EU는 전날 발표한 대(對)러시아 제재안에 새로운 제재 방안을 더할 방침이다. 집행위는 "EU 내 러시아 자산 동결과 EU 금융시장 접근 차단 등 가장 강력한 제재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AFP=연합뉴스]

  서방은 핵전쟁 가능성에 대해 단호하게 부정하며 사태가 핵위기로 비화하지 않도록 긴장 수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자료 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자료 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인들이 핵전쟁에 대해 우려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했고, 영국 정부도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핵 태세에는 큰 변동이 없다고 강조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미국의) 핵 경보 수준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핵전쟁은 일어날 수 없으며, 전 세계 모두가 이 같은 위협을 줄이기 위해 조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초음속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22M3[타스=연합뉴스 자료 사진]
러시아의 초음속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22M3[타스=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방은 푸틴 대통령이 꺼내든 '핵 위협' 카드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주의를 돌리고 러시아의 핵 억지력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 한 발언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고 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러시아의 보레이급 전략핵잠수함[타스=연합뉴스 자료 사진]
러시아의 보레이급 전략핵잠수함[타스=연합뉴스 자료 사진]

    바이든은 이날 낮 80여 분간 동맹 및 파트너 국가 정상들과 다자 전화회의를 갖고 러시아의 핵 위협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고 푸틴 대통령을 직접 제재 리스트에 올린 서방은 추가 제재도 예고했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 암호자산 압수 권한을 담은 법안을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러시아 선박 입항 금지와 세컨더리(추가) 제재 등 대러 제재를 계속 내놓고 있다. 

가치 폭락한 러시아 루블화[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가치 폭락한 러시아 루블화[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지지를 유지하며, 러시아가 긴장 완화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가혹한 대가를 부과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탈출하려고 열차에 필사적으로 오르려는 시민들[CNN 캡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탈출하려고 열차에 필사적으로 오르려는 시민들[CN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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