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열차 기다리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주민들[AFP=연합뉴스]
피란열차 기다리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주민들[AFP=연합뉴스]

 

 "떠날 수 있을 때 빨리 대피하세요. 그렇지않으면 저희들로서는 도울 길이 없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두 달째로 접어든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 접경 동부 돈바스 지역 주민들에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러시아군이 곧 돈바스 지역에 대해 대대적인 공세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자 우크라이나 당국이 예상되는 전투를 대비해 주민들에 대한 소개령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BBC 방송과 로이터·AFP 통신 등 외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6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곧 돈바스 지역에 대대적인 공세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 접경 크림반도서 이동하는 러시아군 장갑차[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 접경 크림반도서 이동하는 러시아군 장갑차[로이터=연합뉴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돈바스에 속하는 루한스크(루간스크)·도네츠크와 하르키우 지역 주민들의 즉각적인 대피를 호소했다.

  베레슈크 부총리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은 물론이고 북부 하르키우(옛 하리코프) 지도자들이 러시아군의 대공세를 앞두고 주민 소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이라도 주민들은 빨리 대피해야 한다"면서 "대피가 늦어지면 주민들은 사격을 받고 사살 위협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 발견된 민간인들 집단학살 무덤[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 발견된 민간인들 집단학살 무덤[EPA=연합뉴스]

 

  베레슈크 부총리의 이런 경고와 촉구는 러시아군 점령 하에 있던 수도 키이우 서북부 부차 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으로 국제사회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특히 북부에서 철수한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 점령을 위한 대공세를 앞두고 무장과 보급 등 재정비 시간을 갖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른 가운데 나왔다.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기간시설[EPA=연합뉴스]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기간시설[EPA=연합뉴스]

 

 BBC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돈바스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이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통제권 장악 야욕을 바꿨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일갈했다. 

 앞서 세르히 가이다이 루한스크주(州) 주지사도 러시아가 군대를 재편한 후 루한스크를 포함한 돈바스 지역에 대한 새로운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가이다이 주지사는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러시아 측이 허락한다면 우리는 모든 주민을 데리고 나올 것"이라며 "지금까지 봤다시피 러시아군은 (민간인 대피를 위한) 휴전을 항상 준수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안전할 때, 버스와 기차가 있을 때 대피할 것을 모든 주민에게 간곡히 호소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아직은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선을 완전히 뚫지 못했으나 진격로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공세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러시아군은 루한스크 외곽 일부 지역에 거센 포격을 가하며 점령 범위를 서서히 넓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에게 희생된 민간인 시신을 옮기는 우크라이나 병사들[AP=연합뉴스]
러시아군에게 희생된 민간인 시신을 옮기는 우크라이나 병사들[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는 루한스크주 서북부 도시 루비즈네의 경우 약 60%가 러시아군의 점령 아래 놓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도네츠크에서는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고 연합뉴스가 AFP를 인용, 전했다. 공습 타깃이 된 지역은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장소 인근이라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 러시아군의 학살로 숨진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는 여성[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 러시아군의 학살로 숨진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는 여성[AP=연합뉴스]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는 "오늘 아침 러시아군이 인도적 지원을 받으러 온 민간인을 무차별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완전한 해방에 주력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병력 철수의 징후가 감지됐다.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으로 수도 키이우 일대 등 주요 지역에서의 진격이 정체 상태를 보이자 돈바스 점령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 외곽에서 친(親)러시아 반군 탱크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러시아군은 전략적 요충지인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장악하기 위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 외곽에서 친(親)러시아 반군 탱크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러시아군은 전략적 요충지인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장악하기 위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북부 체르니히우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그들이 모두 나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들 지역에 있던 러시아 병력이 현재 벨라루스와 러시아에서 재무장·재보급 중이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 언제 다시 배치될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에 배치된 러시아군은 대대전술단(BTG) 30개로, 병력 약 3만명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북부에서 러시아군 전차가 이동하고 있다[타스=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북부에서 러시아군 전차가 이동하고 있다[타스=연합뉴스]

  서방의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의 인적·물적 손실, 낮은 사기 등을 고려할 때 키이우 등에서 철수한 부대가 곧바로 우크라이나 동부에 재배치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30일 키이우 등에 배치된 러시아군을 재편성해 우크라이나 동부에 전력을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공습과 포격이 계속되면서 러시아의 계략일 수 있다는 의구심은 가시지 않았다.

 NYT는 또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를 인용, 러시아군이 이번에는 위협적인 신종 대인 지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HRW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주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 인근 도시에서 POM-3라 불리는 센서가 달린 신종 지뢰를 발견했다.

 보통 지뢰는 밟거나 연결된 고리를 건드리면 폭발하는 방식이라고 연합뉴스는 설명했다. 

러시아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신형 POM-3 대인지뢰[HRW홈페이지 캡처]
러시아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신형 POM-3 대인지뢰[HRW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POM-3는 진동 센서가 달려있어 사람의 발걸음을 인식해 반응한다. 이 센서는 동물과 사람도 효과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뢰를 반대하는 단체들은 이 지뢰가 향후 우크라이나에 있는 불발탄을 찾고 제거하는 작업을 매우 복잡하고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 우려한다고 연합뉴스는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의 전선에 29일(현지시간) 러시아군 장갑차와 차량 잔해들이 방치돼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의 전선에 29일(현지시간) 러시아군 장갑차와 차량 잔해들이 방치돼 있다[로이터=연합뉴스]

 2016년부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불발탄을 제거하기 시작한 지뢰 퇴치 운동 재단 할로 트러스트(HALO Trust)의 리더인 영국군 퇴역 소장 제임스 코완은 "이것들은 우리가 대응하지 못하는 위협을 만들어 낸다"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작업을 할 수 있는 로봇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