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 길목 방어하는 우크라이나군[AFP=연합뉴스]
돈바스 길목 방어하는 우크라이나군[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가 55일째로 접어든 상황에서 돈바스 등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 대한 대규모 공세를 시작한 러시아가 병력을 증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BBCㆍCNN 방송, APㆍAFP 통신 등 외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남부 전선에 투입한 대대전술단(BTG) 수가 지난 24시간 동안 2개 늘어나 총 78개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돈바스 공격을 앞두고 기존 65개 BTG를 76개로 11개 늘린 데 이어 재차 병력 보강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벨라루스군 연합훈련에서 발사되는 다연장로켓[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러시아-벨라루스군 연합훈련에서 발사되는 다연장로켓[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개전 초기 BTG가 700∼800명의 병사로 구성됐던 점을 근거로 러시아 병력이 5만5000∼6만2000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네르(Wagner Group)을 포함해 시리아와 리비아에서 소집된 전투원으로 구성됐다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바그네르 소속 용병들[미국 싱크탱크 제임스타운재단 캡처]
바그네르 소속 용병들[미국 싱크탱크 제임스타운재단 캡처]

용병은 대부분 중화기나 무장 차량이 없는 보병 병력일 것으로 관측됐다.

이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남부 전선 곳곳을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북부에서 러시아군 전차가 이동하고 있다[타스=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북부에서 러시아군 전차가 이동하고 있다[타스=연합뉴스]

제 2도시이자 동부의 중심인 하르키우(하리코프)에선 민간인 거주 지역에 러시아군 공격이 쏟아져 최소 4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18일(현지시간) 러시아군 공격을 받은 하르키우(하리코프) 민간인 거주 지역[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18일(현지시간) 러시아군 공격을 받은 하르키우(하리코프) 민간인 거주 지역[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AP는 하르키우에서 동남쪽으로 160㎞ 떨어진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에서도 폭발로 최소 1명이 죽고 3명이 다친 상황을 자사 특파원이 목격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시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로이터 캡처]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시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로이터 캡처]

 

남부 미콜라이우주 바슈탄카에서도 러시아군이 병원을 공격해 응급실이 파괴되고 부상자가 다수 나왔다고 지역 당국이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고정밀 미사일로 돈바스 13곳에 있는 60개 군사 시설을 공습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아들을 잃고 장례식에서 절규하는 우크라이나 여성[로이터 캡처]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아들을 잃고 장례식에서 절규하는 우크라이나 여성[로이터 캡처]

러시아군은 일부 전선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을 뚫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군이 크레민나에 진입해 시가전이 시작됐고 지금은 크레민나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군사전문가들을 인용해 러시아의 목표가 돈바스에 있는 우크라이나 군을 동·남·북 3면에서 포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은 이를 위해 동남부 도시 마리우폴 공략에 주력해 왔다.

마리우폴은 돈바스와 2014년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행정적으론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 속한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전략도시 마리우폴을 수비하는 아조우연대 병사들[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우크라이나 남동부 전략도시 마리우폴을 수비하는 아조우연대 병사들[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최근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대부분 지역을 장악했으나 아조우 연대를 중심으로 한 우크라이나군은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거점으로 저항을 벌이고 있다.

이 제철소에는 현재 아조프연대와 해병대 등 2500명가량의 우크라이나군이 항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군은 이날 인도주의 통로를 열었다며 항복 시 생명을 보장하고 제네바 협약에 따른 포로 대우를 하겠다고 제안한 상황이다.

연기 치솟는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로이터=연합뉴스]
연기 치솟는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로이터=연합뉴스]

 

앞서도 러시아는 수차례 이런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교전을 이어왔다.

러시아군은 일부 전선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을 뚫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군이 크레민나에 진입해 시가전이 시작됐고 지금은 크레민나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고 전했다.

영국 군 정보당국은 "러시아군은 돈바스 전선을 따라 폭격과 공습을 강화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피란열차 기다리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주민들[AFP=연합뉴스]
피란열차 기다리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주민들[AFP=연합뉴스]

러시아군은 돈바스 재공략에서도 북부 등 다른 전선에서 경험한 환경적, 물류적, 기술적 문제로 고전 중이며, 마리우폴을 좀체 점령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목표 달성이 늦어질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영국 군은 분석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인 국가보안국(SBU)이 19일(현지시간) 도청한 통신 내용을 근거로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전면 파괴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SBU는 이날 홈페이지에 제철소에서 4㎞가량 떨어진 곳에 주둔한 한 러시아군 지휘관이 아내와 통화한 내용을 도청했다면서 이를 공개했다.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항구 근처 아조프스탈제철소 부근[BBC 방송 캡처]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항구 근처 아조프스탈제철소 부근[BBC 방송 캡처]

 

  SBU가 러시아군 지휘관으로 지목된 이는 "우리는 이곳(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의 아내로 추정된 여성이 "그게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는 "'3t짜리가 하늘에서 날아올 거야. 지상의 모든 것을 무너뜨릴 거야"라고 답했다.

  이 '3t짜리'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지만, 대규모 폭탄 투하 등 공습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벙커 버스터' 폭탄과 유사한 비국의 B-52 전략폭격기 장착 GBU-38B 합동직격탄(JDAM)[미 공군 제공]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벙커 버스터' 폭탄과 유사한 비국의 B-52 전략폭격기 장착 GBU-38B 합동직격탄(JDAM)[미 공군 제공]

  그는 이어 "(이곳에서) 모두가 떠났고 (우크라이나) 애국자와 아주 똑똑한 사람들만 남아 있다"라고 비꼬았다.

   SBU는 이를 토대로 러시아 군사작전의 목표가 사실 돈바스 지역의 '해방'이 아니라 우크라이나라는 국가를 없애버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손 차량 널린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거리[로이터=연합뉴스]
파손 차량 널린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거리[로이터=연합뉴스]

 

  이를 보도한 CNN은 SBU가 도청했다는 통화 내용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수일 내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외신이 보도했다.

바이든 "러, 제노사이드 확실해보여"[AP=연합뉴스 자료 사진]
바이든 "러, 제노사이드 확실해보여"[AP=연합뉴스 자료 사진]

복수의 미 행정부 당국자는 지원 규모가 대략 지난주 미국이 발표한 8억 달러(한화 9900여억원) 수준이며 구체적인 지원내용은 아직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13일 우크라이나에 155mm 곡사포 18대와 포탄 4만 발을 비롯해 구소련제 Mi-17 헬기 11대, M113 장갑차 200대, 대전차 드론 스위치블레이드 300대,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500기 등 모두 8억 달러 규모의 군사지원을 발표했다.

 

한편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초고속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대공 장갑차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더 선은 19일(현지시간) 영국이 초고속 미사일 스타스트릭을 발사하는 대공 장갑차 스토머 몇 대와 병력 수송차량 120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한다고 보도했다.

13t짜리 스토머는 C-17 수송기에 실어서 며칠 만에 우크라이나로 보낼 수 있다.

영국군의 '스토머' 미사일 발사 장갑차[영국군 웹사이트 캡처. 연합뉴스]
영국군의 '스토머' 미사일 발사 장갑차[영국군 웹사이트 캡처. 연합뉴스]

스토머는 스타스트릭 미사일을 17발 발사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투 현장에서 시속 80㎞로 이동해 공격하고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으며, 조작 인력은 3명이면 된다.

더 선은 소식통을 인용해서 영국 국방부가 2주 전 우크라이나에 스토머의 성능을 시연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 소속 전투기[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공군 소속 전투기[로이터=연합뉴스]

더 타임스도 이날 국방부 한 관계자가 벤 월러스 장관이 이번 주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해 발표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영국이 대공 분야에서 우크라이나를 돕기로 한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볼노바하의 들녘에 추락해 불타고 있는 러시아군 전투기의 모습을 촬영해 우크라이나군이 4일(현지시간) 제공한 사진. 러시아 공군은 제공권 장악에 실패하며 전황이 당초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으로 군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볼노바하의 들녘에 추락해 불타고 있는 러시아군 전투기의 모습을 촬영해 우크라이나군이 4일(현지시간) 제공한 사진. 러시아 공군은 제공권 장악에 실패하며 전황이 당초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으로 군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