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르스키도네츠강 폭격 현장[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시베르스키도네츠강 폭격 현장[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전차와 장갑차를 앞세우고 도하작전을 시도하던 1500여명 규모의 러시아군 대대전술단(BTG)이 우크라이나군의 타격으로 궤멸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에 궤멸된 러시아군 대대전술단 작전지 부근 위성사진[CNN 캡처]
우크라이나군에 궤멸된 러시아군 대대전술단 작전지 부근 위성사진[CNN 캡처]

12일(현지시간) CNN, 워싱턴이그재미너, 디펜스블로그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8일 동부 루한스크주(州)의 시베르스키 도네츠강(Siverskyi Donets River)에 부교로 도하를 시도하다 두 차례에 걸친 우크라이군의 집중 포격으로 70여대의 전차와 장갑차, 1000명 이상의 병력 등 치명적인 피해를 당했다.. 

러시아에서 발원한 시베르스키 도네츠강은 러시아 남부와 우크라이나 동부를 잇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강이다. 

도하를 시도하다 우크라이나군의 집중포화로 파괴된 러시아군 부교와 전차 등 기갑차량 잔해[CNN 방송 캡처]
도하를 시도하다 우크라이나군의 집중포화로 파괴된 러시아군 부교와 전차 등 기갑차량 잔해[CNN 방송 캡처]

당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포위망을 형성하기 위해 어렵게 부교를 설치했다. 이에 우크라이나군은 곡사포와 항공전력을 동원, 두 차례의 집중공격 끝에 전차와 장갑차 등 70여대의 기갑차량과 1000명이 넘는 병력을 '대파'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CNN은 입수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부교 파괴와 함께 러시아군이 도하도 하지 못한 채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확한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도하작전 시도 중 우크라이나군의 집중포화로 궤멸된 러시아군 대대전술단(BTG) 부근 상공에서 드론이 찍은 피해 사진. 이 사진은 SNS로 유포됐다. CNN도 이것이 진짜라고 확인했다[CNN 캡처]
도하작전 시도 중 우크라이나군의 집중포화로 궤멸된 러시아군 대대전술단(BTG) 부근 상공에서 드론이 찍은 피해 사진. 이 사진은 SNS로 유포됐다. CNN도 이것이 진짜라고 확인했다[CNN 캡처]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는 더타임스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항공사진 등을 토대로 이같이 추산하고, 포격으로 불타버린 차량 50여 대의 잔해를 담은 사진과 드론 영상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영상에는 파괴된 부교의 모습도 확인됐다.

포격과 공습을 동원한 이 공격은 이번 전쟁에서 가장 격렬한 전투 중 하나로, 돈바스에서 의미 있는 전과를 거두려던 러시아군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시베르스키도네츠강 폭격 현장[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시베르스키도네츠강 폭격 현장[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 같은 우크라이나군의 전과는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미리 간파한 결과였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러시아군이 이 강을 건너 돈바스 지역의 리시찬스크와 세베로도네츠크를 포위하는 동시에 서쪽의 리만을 공격하려 한 사실을 미리 파악했다.

우크라이나 전차여단은 러시아 쪽 강변에 러시아군의 병력이 집결해 도하를 시도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폭발물 처리반(EOD)은 공격 하루 전인 7일 해당 지역을 정찰하고 부교가 세워질 지역을 찾아냈다.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러시아군 T-80 전차[타스=연합뉴스 자료 사진]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러시아군 T-80 전차[타스=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튿날 이동을 시작한 러시아군은 주변 들판과 숲을 태운 연기로 동선을 숨겼지만,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던 우크라이나군은 곡사포와 공군력을 동원한 일제 포격을 퍼부었다.

부교가 부서지기 전에 강을 건넌 러시아군 차량 50여대도 공격에 노출된 채 발이 묶였다.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에 진입한 러시아군[타스=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에 진입한 러시아군[타스=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 폭발물 처리반 장교는 "하루 동안의 전투 뒤에 다리가 무너졌고, 러시아 병력 일부가 퇴로를 잃은 채 우크라이나 쪽 강변에 고립됐다"며 "부서진 다리를 건너지 못한 병력이 새로운 다리를 만들려고 했다. 이때 공군이 대대적 공격을 가했고 남은 병력과 그들이 만들려던 다리까지 파괴했다"고 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도하 지역에 밀집됐던 탓에 사상자가 많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155mm 곡사포 발사훈련 중인 미군[AP=연합뉴스 자료 사진]
155mm 곡사포 발사훈련 중인 미군[AP=연합뉴스 자료 사진]

현재 러시아군은 강 한쪽에서 위치를 사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대대 차량의 4분의 3을 잃어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의 험난한 지형 탓에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 지상군이 여전히 느리고 일정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도하 작전'이 러시아군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독립을 승인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출처=CNN
  푸틴 대통령이 독립을 승인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출처=CNN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 선임 연구원은 "다리가 감시의 대상이자 '킬존'(kill zone)이 될 수 있다"며 "무기 사정거리와 센서의 감시거리가 늘어난 현대전에서는 성공적인 도하 작전을 위한 적의 감시망 회피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한편 CNN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1개 BTG는 전차중대, 3개의 기계화보병중대, 2개의 대전차중대, 2개 또는 3개의 포병포대 및 2개의 방공포대 등으로 구성되며 인원은 800~1000 명으로 구성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에 100여개의 BTG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 인근에 배치된 러시아군 막사와 텐트 위성사진[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우크라 인근에 배치된 러시아군 막사와 텐트 위성사진[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