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오비섬에서 니켈을 채굴하는 장면[WSJ 캡처]
인도네시아 오비섬에서 니켈을 채굴하는 장면[WSJ 캡처]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물질인 니켈과는 거리가 먼 나라였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딴판으로, 그 비결은 중국이다.

니켈 처리기술을 앞세운 중국기업들이 잇따라 인도네시아에 진출, 니켈 매장지를 장악하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경쟁국들의 시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5일자)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WSJ는 이날 "중국이 어떻게 전기차 핵심원료인 니켈의 세계 최대 생산국을 지배하게 됐나"(How China Came to Dominate the Wolrd's Largest Nickel Source for Electirc Car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의 진출 과정과 '비법'을 소개했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하리타 니켈의 처리공장 모스베WSJ 캡처]
인도네시아에 있는 하리타 니켈의 처리공장 모스베WSJ 캡처]

WSJ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원료 생산에 초점을 맞춘 생산시설 최소 3곳을 완공해 가동 중이다.

WSJ는 이어 올해는 포드자동차와 한국 포스코홀딩스가 각각 인도네시아 니켈 생산시설을 짓는 데에도 중국 기업이 협력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중국이 단시간 안에 인도네시아를 장악한 데에는 니켈 처리 기술 '고압산침출법'(high pressure acid leach, HPAL)이 주효했다고 한다.

수년 전만 해도 인도네시아의 니켈 광석은 전기차 원료로 만들어지기까지 그 제련 과정이 상당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특히 HPAL은 극도의 고온 및 고압에 의존해야 하는 탓에 장비 손상이 잦고 수리도 쉽지 않아 많은 기업이 이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중국 국영 기업의 자회사 ENFI는 파푸아뉴기니 공장에 이 기술을 도입, 점진적인 개선 작업을 통해 기술을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다.

인도네시아 니켈 생산 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신화통신=연합뉴스 자료 사진]
인도네시아 니켈 생산 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신화통신=연합뉴스 자료 사진]

곧 중국의 다른 기업들도 해당 공장에서 기술을 습득한 숙련자들을 영입해 이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중국 닝보리친도 ENFI의 도움으로 지난 2018년 인도네시아 광업 회사 하리타그룹과 합작해 인도네시아의 첫 번째 HPAL 공장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푸아뉴기니 공장 지분을 소유한 캐나다 기업 니켈28의 전략 책임자 마틴 비드라는 "중요한 것은 중국 기업들의 기술 및 지식 전수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에너지조사기관 우드맥킨지의 안젤라 듀랜트는 "타당성 조사, 승인, 건설, 시운전 등 개발 과정이 기록적인 시간 안에 이뤄졌다"며 "중국은 HPAL을 서방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중국의 니켈 처리공장 모습[WSJ 캡처]
인도네시아에 있는 중국의 니켈 처리공장 모습[WSJ 캡처]

서방 자동차 업체들 입장에서 중국의 니켈 생산능력은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지만, 지정학적으로 바라보면 다소 복잡하다고 WSJ는 짚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르면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배터리에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을 써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이 규정에 따라 중국 기업이 연루된 인도네시아 니켈 사업이 정밀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크다.

포스코홀딩스, 닝보리친사와 니켈 생산 협력 합의각서 체결[포스코홀딩스 제공]
포스코홀딩스, 닝보리친사와 니켈 생산 협력 합의각서 체결[포스코홀딩스 제공]

그렇다고 다른 국적의 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하기도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일례로 브라질 광업 회사 베일과 일본 스미토모 메탈 마이닝은 인도네시아 니켈 사업을 추진하다 폐기물 배출과 책임 분배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후 프로젝트 진행은 지연됐고, 스미토모는 결국 작년 4월 철수를 발표했다. 그로부터 2년 뒤 베일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계약을 체결했다.

WSJ은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제한한 중국의 최근 결정은 핵심 원료에 대한 대중국 의존의 잠재적 위험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하리타 니켈 처리 공장 모습[WSJ 캡처]
인도네시아 하리타 니켈 처리 공장 모습[WSJ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