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앤드컴퍼니 상하이 사무소 방문한 위융 상하이시 공산당위 서기(왼쪽 가운데)[베인앤드컴퍼니 위챗 계정 캡처]
베인앤드컴퍼니 상하이 사무소 방문한 위융 상하이시 공산당위 서기(왼쪽 가운데)[베인앤드컴퍼니 위챗 계정 캡처]

"한편에서는 반간첩죄로 규제를 강화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모순이다." "투자의 기본은 명확성인데도 중국은 오히려 불명확성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느낌이다.`

중국이 최근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에 매달리는 것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뼈 있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목표치인 5.5%에 크게 못 미치는 3.0%의 경제성장을 겨우 기록한 중국으로서는 올해 전망도 어두운 실정이다.

"부동산에서 수출까지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다"는 자조성 발언이 정책 당국자들의 입에서 공공연히 나돈다.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열린 포럼[신화=연합뉴스]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열린 포럼[신화=연합뉴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중국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개방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 기업인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확대해 경제난 타개에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나섰다. 시 주석은 경제 문제에 관한한 좀처럼 나서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지난 11일 중앙전면개혁심화위원회를 주재하면서 자국의 대외 개방 수준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정책을 정비하라고 지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신화= 연합뉴스 자료 사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신화= 연합뉴스 자료 사진]​

특히 새로운 발전 패턴을 만들고 구조적 개혁을 촉진하는 과정에서 투자, 무역, 금융, 혁신 등 대외 교류 협력의 중점 분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대외 개방을 새로운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관련 정책과 조치들을 정비하라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시 주석이 이런 '특명'까지 발표한 것은 중국의 경제성적표가 그 만큼 좋지 않다는 반증이나 다름없다. 

또 올해를 '중국 투자의 해'로 정하고 박람회, 포럼 등 외국 투자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행사를 잇따라 개최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동안 소극적이던 해외홍보 투어에도 열심이다.

  중국의 월별 수출입 추이(달러기준). 자료=중국해관총서 블룸버그통신
  중국의 월별 수출입 추이(달러기준). 자료=중국해관총서 블룸버그통신

이런 정책 변화는 고용, 물가 등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외국인직접투자(FDI) 실적을 보면 이해가 쉽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시장조사업체 로디엄그룹 자료를 인용, 올 1분기 대중(對中) FDI는 20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00억달러보다 80%나 급감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올해 중국에 투자를 예정한 외국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 40년간 자본 유출보다 유입이 더 많은 나라에서는 놀라운 일"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의 한 경제단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독일, 다른 유럽 기업들은 중국 내 사업 확장을 중단하거나 투자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상호의존도 속에 반도체 격전 치르는 미국과 중국[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높은 상호의존도 속에 반도체 격전 치르는 미국과 중국[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신규 투자는 물론이고 진출 외국인 투자자들도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심지어 짐을 싸서 중국을 떠나는 현상의 '주범'은 다름아닌 중국 정부다. 

반도체 패권을 놓고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와 이에 따른 중국의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재가 현실로 나타났다. 

이에 중국은 '국가 안보 우선' 기조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공안(한국의 국정원 기능도 겸함)을 동원해 미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 상하이 사무소를 급습, 직원들을 심문했다.

중국의 연도별 수출 감소세[Bloomberg 캡처]
중국의 연도별 수출 감소세[Bloomberg 캡처]

또 기업 실사업체 민츠그룹 베이징 사무소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지난 5월에는 베이징과 상하이에 있는 미 컨설팅업체 캡비전 사무실에 대한 중국 공안당국의 급습과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은 이달부터 발효된 개정 반간첩법(방첩법)이다. 예전보다 강화된 이 법은 간첩 조직과 그 대리인이 국가기관이나 기밀 부처, 주요 정보 기발 시설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간첩행위로 규정한다. 국가 보안과 이익과 관련된 문서나 데이터, 자료, 물품 등을 보호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시장조사 같은 일상적인 비즈니즈 활동까지 간첩행위로 내몰릴 수 있다.  

이틀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악수하고 있다[AP=연합뉴스]
이틀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악수하고 있다[AP=연합뉴스]

WSJ는 “전면적이면서 동시에 모호한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중국 사업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고 있다”면서 “해외기업 경영자들은 기업들의 일상적인 경영 활동이 간첩 행위로 오해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불안감이 높다”고 전했다.

중국 시장에 대한 불안감 고조는 투자 외면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쓰촨성 청두의 한 무역 관계자 사례가 이를 잘 대변한다. 유럽에 대중 투자 촉진 홍보를 떠났지만 빈손으로 돌아온 그는 “20년동안 유럽에서 투자를 받아왔지만, 양해각서를 단 한 건도 체결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반간첩법과 외국인 투자 유치는 별개라는 모순으로 일관한다. 한 마디로 엇박자를 내는 셈이다. 

외국인들의 불안을 어느 정도 잠재우는 '쇼'를 위해 최근에는 상하이 지역 당서기가 베인앤드컴퍼니 사무소를 찾아 "경영 활동을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행동에 대해 진정성보다는 외자 유치 확대 실패에 대한 문책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중국 상하이를 상징하는 푸둥 루자쭈이 금융가의 빌딩군[연합뉴스 자료 사진]
중국 상하이를 상징하는 푸둥 루자쭈이 금융가의 빌딩군[연합뉴스 자료 사진]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주도하는 '안보 캠페인'이 외자 유치 축소 등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한다. WSJ도 “시 주석이 중국 경제의 중요한 엔진을 껐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결국 최근 빠르게 진행 중인 외국인 투자기업의 탈(脫)중국 현상도 이런 모순이 가장 큰 요인이라면서, 이것이 시정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는커녕 오히려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