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6 전투기[로이터=연합뉴스]
F-16 전투기[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지 18개월을 훌쩍 지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오매불망'하던 F-16 전투기 확보에 성공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네덜란드와 덴마크 순방에서 F-16기 지원 약속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지원에는 조종인력 선발과 훈련 등도 포함된다.  

네덜란드의 경우 최대 42대 지원이 가능하고, 덴마크로부터는 19대를 순차적으로 제공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시기는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네덜란드 공군기지에 계류 중인 F-16 전투기 앞에 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과 마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오른쪽)[AP 캡처]
네덜란드 공군기지에 계류 중인 F-16 전투기 앞에 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과 마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오른쪽)[AP 캡처]

앞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네덜란드와 덴마크가 F-16기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을 요청해오면 이를 공식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F-16에 대한 조종 훈련이나 수출한 F-16의 제3국 이전에는 미국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F-16, 제공권 확보와 방공망 강화에 '천군만마'

그렇다면 우크라이나가 F-16 확보에 사활을 건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제공권 확보다. 

폴란드 공군의 Mig-29 '펄크럼'(Fulcrum) 전투기[AFP]
폴란드 공군의 Mig-29 '펄크럼'(Fulcrum) 전투기[AFP]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 공군은 MIG-29, SU-24, SU-25, SU-27 등 옛 소련제 전투기로 러시아에 맞섰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개전 당시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전투기와 정찰기 수는 132대라고 밝혔다. 반면 포브스는 MIG-29 50대 등 105대라고 전했다.

그러나 기체가 워낙 낡은 데다 대수도 러시아의 10분의1밖에 되지 않았다. 더구나 개전 1년 만에 대공미사일 등에 피격돼 절반가량을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부품공급을 중단하는 바람에 운용이 힘들었다.

러시아제 S-300 방공미사일 체계[CNN 방송 캡처]
러시아제 S-300 방공미사일 체계[CNN 방송 캡처]

그마나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처지가 비슷한 옛 동구권 국가로부터 MIG-29기 등을 지원받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방공망 개선 목적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제 S-300, 미제 패트리엇ㆍ나삼스(NASMAS) 등 지대공미사일을 중심으로 하는 방공망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SU-31, SU-34, SU-35 전투기 등 러시아군의 항공전력을 어느 정도 무력화하는 등 선방해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전투기뿐만 아니라 드론(무인기)과 장거리미사일 등을 대량으로 동원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에는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사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과부하' 상태인 방공망을 F-16이 어느 정도 개선해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 장면[AP=연합뉴스 자료 사진]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 장면[AP=연합뉴스 자료 사진]

또 교착 상태인 지상 반격전에도 F-16기가 러시아군 은거지, 포대 등 특정 목표에 대한 지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두꺼운 방어선을 뚫은 데는 제공권 확보가 절실하고, 이를 F-16이 제공해줄 수 있다는 얘기다. 

F-16, 4000대 이상 판매고를 올린 美 전투기의 '베스트셀러' 

'싸움매'(Fighting Falcon)라는 공식명칭을 가진 F-16은 지난 1978년 이후 지금까지 미 공군(현역과 예비역 및 주방위군 포함) 2231대 등 전 세계에 4600대 이상이 팔린 명품 전투기다.

F-16 전투기[연합뉴스]
F-16 전투기[연합뉴스]

F-16은 지난 1979년 1월 미 공군 제388 전술전투비행단과 벨기에 공군에 동시 배치(국내외 동시배치)된 최초의 전투기종이기도 하다. 

설계는 50년 전에 이뤄졌지만 그동안 지속적인 성능개량(업그레이드)작업이 이뤄졌으며, 특히 레이더 탐색과 무장능력을 대폭 향상됐다. 바로 이런 이유로 미국은 1017대의 F-16을 여전히 운용 중이다.

한국, 이스라엘, 네덜란드, 튀르키예, 벨기에, 덴마크, 대만 등 26개국에서 운용되는 F-16은 지난 1991년 사막의 폭풍작전에서 맹활약한 것을 시작으로 레바논전, 보스니아 내전, 이란크 침공전, 리비아내전, 시리아내전 등 실전에서 공대공, 공대지 등 다양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조종사ㆍ정비인력 양성이 가장 시급... 무장 지원 상황도 주목 

네덜란드와 덴마크가 우라이나에 제공해줄 수 있는 F-16기 대수는 30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는 최소 3개 대대를 운용할 수 있는 규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덴마크 공군기지에서 F-16 전투기 조종석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덴마크 공군기지에서 F-16 전투기 조종석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AP=연합뉴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F-16으로 결정적인 승기를 확보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전환하려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바로 조종사와 정비인력 양성과 안정적 확보다.

F-16 지원 문제를 놓고 고심해온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조종사의 F-16 훈련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덴마크와 네덜란드 등 11개국이 이달 내 덴마크에서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에 대한 F-16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미 공군의 F-16 전투기 지상요원들[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미 공군의 F-16 전투기 지상요원들[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일각에서는 4개월 속성으로 조종교육을 제공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이런 '날치기' 교육으로는 원활한 운용이 어렵다. 더구나 우크라이나 조종사 대부분이 MIG-29, SU-25 등 옛 소련제 기체에 익숙한 데다 레이더와 무장체계 등을 통합하는 시스템에 익숙하려면 1년 넘게 관련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

정비사 인력 확보도 마찬가지다. 조종사들처럼 정비사들도 서방제 항공기 정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정비교육, 현장에서의 문제해결 노하우 습득, 서방제 군수물자 운용과 처리 등에 익숙하려면 역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AIM-120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AMRAAM, 암람)을 장착하는 미 공군 병사[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AIM-120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AMRAAM, 암람)을 장착하는 미 공군 병사[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F-16 기체 지원과 함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바로 무장이다. 특히 사거리가 160km 이상으로 알려진 AIM-120D '암람' 장거리공대공미사일을 제공할지가 관건이다. 이 미사일로 러시아 영공에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이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려 확전 우려까지 낳는 이 미사일을 제공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또 정밀타격이 가능한 활공 유도폭탄인 ‘통합직격탄’(JDAM)과 대레이더 미사일 ‘함’(HARM), 순항미사일 ‘스톰 섀도’ 등 F-16에 통합해 운용할 수 있는 정밀무기도 제공할지가 관심거리다. 

'스톰섀도'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영국 공군 토네이도 전투기[WSJ 캡처]
'스톰섀도'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영국 공군 토네이도 전투기[WSJ 캡처]

일각에서는 이런 문제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F-16를 넘겨받더라도 실전투입은 빨라야 올 연말 심지어는 내년 중반기 넘어서야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