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가 미의회의 압박으로 한국의 은행에서 카타르의 은행으로 이전했던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60억달러를 다시 동결했다.

  토니 블림컨 美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토니 블림컨 美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월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은 12일(현지시간) 하원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미국과 카타르 정부가 카타르 은행에 예치된 60억달러(약 8조원)를 이란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데예모 부장관은 의원들에게 "그 돈은 한동안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돈은 과거 이란이 한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받은 대금으로 미국의 대이란 제재 때문에 한국에 묶여있다가 지난달 미국이 이란에 수감된 미국인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동결을 해제했다.

 이 돈은 카타르의 은행으로 이체됐으며 미국은 이란이 미국의 승인을 거쳐 식량과 의약품 구매 등 인도주의 용도로만 쓰도록 했다.

 그러나 이란이 오랫동안 지원해온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미국 공화당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이란 유화 정책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자금을 다시 동결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돈은 미국의 엄격한 감시하에 인도주의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고 이란이 아직 한 푼도 쓰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민주당 의원들도 가세해 재동결을 촉구했다.

 이 보도와 관련해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그 돈을 매우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을 방문준인 토니 블림컨 국무장관도 이날 텔아비스에서의 기자회견에서 "美 재무부가 그 돈의 움직임을 항상 감시하고 있다"며 "이란은 그 돈에 접근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WP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과 수년간 협상을 통해 힘들게 타결한 합의를 깨고 이란의 자금 사용을 금지하는 게 지정학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하마스의 테러가 역내 국가들과 미국의 관계를 재형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엔 주재 이란대표부는 WP에 보낸 성명에서 이 돈에 대해 "이란 정부가 이란 국민을 위해 제재 대상이 아닌 모든 필수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하도록 지정된 돈으로 이란 국민의 정당한 소유"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