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아르헨티나에서 '괴짜' 극우파 정치인이 좌파 집권당의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이변 끝에 대통령에 당성된 밀레이후보. 사진=블룸버그통신
  대이변 끝에 대통령에 당성된 밀레이후보. 사진=블룸버그통신

 하비에르 밀레이(53·자유전진당) 후보는 19일(현지시간) 대선 결선 투표에서 개표가 91.81% 진행된 가운데 55.86% 득표율로, 44.13%의 표를 얻은 집권당의 세르히오 마사(51) 후보를 따돌리고 승리했다.

 1970년대까지 경제부국이었다가 수십 년간 심각한 경제 침체에 시달려온 아르헨티나 민심이 극단적 정책으로 무장하고 혜성처럼 등장한 극우파 정치인에게 대권을 맡겼다.

 경제학자 출신 비주류로, 1년 전까지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하비에르 밀레이가 당선된 것은 연간 인플레이션이 최고 140%대에 이르는 경제 상황과 맞물리면서 지지자 눈길을 사로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밀레이 당선인은 중앙은행을 "정직한 아르헨티나인들로부터 물건을 훔치는 메커니즘"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대선 투표 결과 현황. 개표율 98.9%. 자료=블룸버그통신
  아르헨티나 대선 투표 결과 현황. 개표율 98.9%. 자료=블룸버그통신

 하지만 밀레이 당선인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 넘어 산이다.

 우선 아르헨티나 공식 통화인 페소화를 버리고 달러를 쓰자는 달러화 도입 구상도 당선인의 핵심 전략 중 하나다. 

 이미 비공식 환율 시장이 성행하는 가운데 밀레이 당선인은 "달러화만이 인플레이션을 종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비공식 환율(1달러당 약 950페소)로 계산했을 때 100달러(아래·이날 기준 12만9000원 상당)로 바꿀 수 있는 아르헨티나 1천 페소 화폐 뭉치가 보인다. 

 중앙은행 폐쇄와 달러화 도입은 밀레이 당선인 스스로 이행 의지가 가장 확고한 공약이다.

 이는 중앙은행 총재 후보를 미리 발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밀레이후보가 공약처럼 페소화를 버리고 달러화를 공식 화폐로 채택할 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밀레이후보가 공약처럼 페소화를 버리고 달러화를 공식 화폐로 채택할 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지난 9월 현지 라디오 방송 '엘옵세르바도르' 인터뷰에서 "(제가 당선되면) 에밀리오 오캄포 교수를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할 것"이라며 "그는 중앙은행 폐쇄 임무를 맡게 된다"고 말했다.

 외교면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밀레이 당선인은 중국, 브라질, 메르코수르(MERCOSUR·공동시장을 추진하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 4개국) 등과의 교역에 비판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선 "공산주의자들과 거래하지 않을 계획"이라거나 "중국에는 자유가 없고, 누군가 원하는 걸 하려 할 때 그를 살해한다"고 언급하는 등 공개적으로 반중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후보 시절 몇 차례 인터뷰에서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 및 이스라엘과의 협력 체계를 더 공고히 다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협력 등 전임 정부의 방침에 재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승인을 받아둔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가입(내년 1월)도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