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집을 떠나는 가운데 한 어린이가 트레일러에 앉아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자국을 공격해왔다며 일시 휴전 7일 만에 전투를 재개했다[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집을 떠나는 가운데 한 어린이가 트레일러에 앉아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자국을 공격해왔다며 일시 휴전 7일 만에 전투를 재개했다[로이터=연합뉴스]

일시 휴전 종료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재개하면서 현지 민간인들은 다시 공포에 휩싸인 형국이다.

연합뉴스는 뉴욕타임스(NYT), BBCㆍCNN 방송(2일자),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을 인용,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병원들이 의약품이 부족해 밀려드는 부상자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칸 유니스를 방문한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대변인 제임스 엘더는 "전투가 재개되기 전 병원들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며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을 우려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팔레스타인 난민촌[AFP 캡처]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팔레스타인 난민촌[AFP 캡처]

자신을 네 아이의 엄마로 소개한 사미아 씨는 로이터 통신에 "전쟁이 시작된 뒤 칸 유니스에서 최악의 밤을 겪었다"며 "칸 유니스에 그들(이스라엘군)이 들이닥칠까 두렵다"고 말했다.

전쟁 초기 가자지구 북부를 집중 공습한 이스라엘군은 7일간의 일시 휴전 뒤 재개한 전투에서는 남부 지역 공세에 나설 것으로 BBC는 전망했다.

가자지구 남부에는 전쟁 초기부터 공습을 피해 북부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이 몰려 있어 이스라엘군이 이 지역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할 경우 대규모 피해가 우려된다.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일시 휴전이 깨진 뒤 가자지구 남부 라파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해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휴전 종료와 관련,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먼저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일시 휴전이 깨진 뒤 가자지구 남부 라파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해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휴전 종료와 관련,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먼저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AFP=연합뉴스]

가자지구 북부의 자발리아 난민촌에 머무는 피란민들도 다시 전쟁의 공포에 휩싸였다.

CNN에 따르면, 피란민 100여 명이 머물던 이곳의 한 6층 건물이 공습을 받아 수십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팔레스타인 고등교육부 소식통을 인용해 가자지구 최대 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저명한 물리학자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족과 함께 숨졌다고 보도했다.

소피얀 타야 교수[전쟁 저널리스트 라미 자라 트위터 캡처]
소피얀 타야 교수[전쟁 저널리스트 라미 자라 트위터 캡처]

소피얀 타야 교수는 가자 이슬람 대학의 총장을 지내고 광학 분야에 많은 저술을 남긴 학자로, 이날 이스라엘 전투기가 가자시티 북쪽의 자발리야에 있는 건물을 공습할 때 사망했다.

그와 함께 숨진 가족들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구글 학자 페이지에 따르면 타야 교수는 2021년과 2022년 스탠퍼드 대학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과학자 명단 중 광학 분야에 등재됐다.

그는 과학자들의 소셜네트워크인 리서치게이트의 프로필에 자신의 연구가 섬유, 광학 감지, 전자기파 전송로인 도파관 등 분야에 집중돼 있다고 소개했다.

타야 교수는 유네스코(UNESCO)에서 천문학, 천체물리학, 우주과학 분야 의장직도 맡아 유네스코와 가자 이슬람 대학 간 연구 협업을 촉진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이 지역 민간인들에게 위험을 경고하며 대피하라고 했다.

이스라엘 공습 재개 이후 부상해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 팔레스타인 여아[AP 캡처]
이스라엘 공습 재개 이후 부상해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 팔레스타인 여아[AP 캡처]

당시 현장 사진에는 건물이 납작하게 내려앉았고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의 구조대원들과 민간인들이 잔해더미를 파헤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CNN은 수십 명이 근처 인도네시아 병원으로 옮겨졌고, 잔해더미 아래 여전히 사람들이 깔려 있다고 현지 주민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시 휴전 기간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검문소를 통해 이뤄진 구호품 전달이 계속될지도 미지수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국경 부근에 배치된 이스라엘군[게티이미지 제공]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국경 부근에 배치된 이스라엘군[게티이미지 제공]

일단 지난 1일 끊겼던 구호품 전달이 2일에는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구호품을 실은 트럭 100대가 가자지구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시신 가방과 담요 등이 포함됐다고 CNN은 보도했다.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현장을 살피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며 일시 휴전 7일 만에 전투를 재개했다[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현장을 살피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며 일시 휴전 7일 만에 전투를 재개했다[AFP=연합뉴스]

이날 공습으로 하마스 대대장도 이스라엘군에 사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 재개로 폭발화염과 연기들이 치솟고 있다[AFP/게티이미지 제공]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 재개로 폭발화염과 연기들이 치솟고 있다[AFP/게티이미지 제공]

이스라엘군은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습에 관여한 하마스 쉬자이아 대대 웨삼 파하트 대대장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개전 후, 지휘관을 제거하고 테러 설비와 무기들을 파괴하면서 쉬자이아 대대의 능력을 크게 떨어뜨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