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에서 후티 반군에 쏜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는 미 해군 구축함 카니[AFP/게티이미지]
홍해에서 후티 반군에 쏜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는 미 해군 구축함 카니[AFP/게티이미지]

미국과 영국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에 대한 예멘 반군 후티의 공격에 대해 무력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후티는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2023년 10월 7일)으로 촉발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하마스에 대한 '무한지지'를 선포했다.

이에 후티는 홍해를 항해하는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민간 선박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미국, 프랑스 등의 함정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격에 전념해왔다.

홍해서 예멘 후티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인 노르웨이 선적 유조선 스트린다호[AFP/게티이미지 제공]
홍해서 예멘 후티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인 노르웨이 선적 유조선 스트린다호[AFP/게티이미지 제공]

이 바람에 전세계 해상 물동량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홍해항로가 위험해지면서 국제물류대란 조짐까지 빚어지는 상황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후티가 아예 미국과 영국 등 서방 함정들까지 대상으로 하는 공격 수위를 높이면서 미국과 영국이 보복 공격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 지원을 받는 후티도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분으로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맞서고 있어 이 지역 위기 상황이 고조 일로에 있다.

예멘 수도 사나에서 시위 도중 경계임무를 수행 중인 후티 반군 병사들[WSJ 캡처]
예멘 수도 사나에서 시위 도중 경계임무를 수행 중인 후티 반군 병사들[WSJ 캡처]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과 연합뉴스는 10일(현지시간)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후티의 선박 공격에 대해 "불법적이고 무모한 공격이 확대하고 있다"며 "홍해에서의 선박 보호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커비 조정관은 이와 관련한 구체적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커비 美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커비 美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중동과 이스라엘을 순방 중이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우리가 분명히 밝혔듯이 후티 반군의 행동에는 결과가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NYT는 미 국방부 당국자들이 예멘 내 미사일·드론 기지, 그리고 선박 공격용 고속정이 정박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설에 대한 타격 계획을 수립했다고 전했다.

예멘 수도 사나의 광장에 전시된 후티 반군의 드론과 미사일 모형[EPA 캡처]
예멘 수도 사나의 광장에 전시된 후티 반군의 드론과 미사일 모형[EPA 캡처]

지금까지 미국은 예멘 내전의 취약한 휴전 상태를 고려해 후티 반군 기지에 대한 공격을 자제했으나, 이 같은 입장에 변화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도 자국 방송과 인터뷰에서 "가장 간단히 말하자면 '그곳을 지켜보라'고 하겠다"며 후티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영국도 군사 행동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순방길에 바레인에 도착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가운데)[AP 캡처]
중동 순방길에 바레인에 도착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가운데)[AP 캡처]

이 같은 입장은 전날 후티 반군이 홍해 남부 해역 국제 항로를 향해 자폭 드론 18기와 미사일 3기를 발사한 이후 나왔다. 이번 공격은 최근 후티가 홍해를 향해 가한 최대 규모의 도발이었다.

홍해상에서 작전 중인 영국 구축함 다이아몬드함[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홍해상에서 작전 중인 영국 구축함 다이아몬드함[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당시 미 중부사령부는 항공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함이 영국 구축함 다이아몬드함과 함께 이들 드론과 미사일을 모두 격추해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의 경고에도 후티 반군은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야흐야 사레아 후티 반군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가자지구 형제들에 대한 포위 공격이 멈출 때까지 이스라엘 선박이나 팔레스타인 점령지 항구로 향하는 선박이 홍해를 지나는 것을 계속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해에서 납치한 화물선에서 주변 바다를 감시 중인 후티 반군들[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홍해에서 납치한 화물선에서 주변 바다를 감시 중인 후티 반군들[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계속되는 홍해 위기 상황에 유엔도 우려를 표하고 도발 중단을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리는 홍해 상황 자체뿐만 아니라 국제 무역과 인명에 미치는 위협, 중동으로의 확전 위험 등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후티를 상대로 민간 상선 공격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안토니후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신화=연합뉴스]
안토니후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신화=연합뉴스]

안보리는 선박의 항행 권리와 교역의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며 후티에 "지역 평화와 안보를 저해하는 모든 종류의 공격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후티는 즉각 반발했다. 모함마드 압둘 살람 후티 대변인은 결의를 "정치 게임"이라 부르며 미국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해에서의 후티 반군 공격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이려고 남아공 희망봉까지 가는 우회항로가 대세다[WSJ 캡처]
홍해에서의 후티 반군 공격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이려고 남아공 희망봉까지 가는 우회항로가 대세다[WSJ 캡처]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맞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11월 19일 이스라엘 관련 화물선을 나포한 것을 시작으로 미사일과 드론으로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위협해 왔다.

이에 미국이 지난달 다국적 함대 연합을 꾸리며 대응했지만, 많은 화물선이 홍해 대신 아프리카로 우회하며 세계적으로 물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원문 참고: https://www.wsj.com/world/middle-east/houthis-launch-fresh-red-sea-barrage-as-blinken-tries-to-contain-gaza-war-91fed4f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