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군(RAF) 타이푼 전투기가 12일(현지시간) 예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근거지를 공격하기 위해 키프로스 아크로티리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후티가 홍해에서 벌여온 상선 공격에 대한 직접 보복으로 이날 예멘 내 반군 거점에 폭격을 가했다[로이터=연합뉴스]
영국 공군(RAF) 타이푼 전투기가 12일(현지시간) 예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근거지를 공격하기 위해 키프로스 아크로티리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후티가 홍해에서 벌여온 상선 공격에 대한 직접 보복으로 이날 예멘 내 반군 거점에 폭격을 가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개월여 가량 홍해를 항해하는 화물선과 유조선을 공격, 글로벌 물류 흐름을 심각하게 방해해온 예멘의 반군조직 후티에 대해 미국과 영국과 12일 '회초리'를 들었다.

후티는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침공(2023년 10월 7일)을 촉발해 소위 '가자전쟁'을 촉발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지하고 이스라엘을 응징한다는 명분으로 글로벌 물류의 '동맥'인 홍해를 틀어막았다.

홍해서 예멘 후티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인 노르웨이 선적 유조선 스트린다호[AFP/게티이미지 제공]
홍해서 예멘 후티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인 노르웨이 선적 유조선 스트린다호[AFP/게티이미지 제공]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은 여러 차례 경고를 발령했지만, 후티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홍해를 지나는 70여척의 서방 선박에 위해를 가해왔다.

이에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서방은 12일 중동지역 타격에 '단골손님'이나 마찬가지인 무기를 동원해 응징에 나섰다.

서방, 레이더 시설, 미사일 발사대 등 군사 목표물 집중 타격

이날 미, 영, 네덜란드 등 협력국들은 예멘 곳곳에서 10여개소에 이르는 후티반군 군사시설을 타격했다.

함정에서 발사되는 미 해군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함정에서 발사되는 미 해군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목표물이 된 시설은 레이더와 방공 설비, 무기고, 미사일 발사대와 자폭 무인기(드론) 기지 등이라고 한다.

조 바이든 미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후티가 글로벌 무역과 자유로운 항행을 위협할 능력을 교란하고 약화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후티의 미사일과 레이더, 드론 역량에 특히 중점을 둬 목표물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미 해군 항공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에서 착함하는 FA-18 함재기[로이터=연합뉴스]
미 해군 항공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에서 착함하는 FA-18 함재기[로이터=연합뉴스]

미 정부 당국자들은 중동에 전개 중인 미 해군 항공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호와 현지 공군기지들에서 출격한 전투기들이 폭격을 가했고, 다른 수상함과 잠수함들도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등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공격의 서막' 알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걸프전서 명성 구가

이번 공격에도 서막을 알린 것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다. 토마호크는 중동전에는 '약방의 감초'격이다.

미국은 1990년 걸프전쟁을 시작으로 자국이 참전한 각종 전쟁마다 토마호크 미사일 세례를 퍼부어 개전 직후 적국의 주요 시설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전술을 써 왔다.

2018년 시리아 폭격작전에 참가한 미 해군 함정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미사일[EPA=연합뉴스]
2018년 시리아 폭격작전에 참가한 미 해군 함정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미사일[EPA=연합뉴스]

토마호크 미사일은 비행 속도가 시속 890㎞로 음속에 미치지 못하는 비교적 느린 무기체계이지만, 10발을 발사했을 때 반수가 반경 1m 이내에 떨어질 정도로 정밀한 타격이 가능하다.

후티 반군을 상대로 한 응징작전 직전 미 해군이 토마호크를 사용한 것은 2018년 4월 14일에 있은 '시리아 응징 공격'이다. 이 공격에서 미군은 인명피해와 탐지 우려 없이 2000㎞가 넘는 원거리의 군 지휘소, 공군기지, 통신시설 등 지상 핵심 표적을 정밀타격하는 데 성공했다.

미 해군 구축함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SeaPower/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미 해군 구축함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SeaPower/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1983년 실전 배치된 토마호크는 애초 핵탄두를 장착한 전략용이었으나 뛰어난 범용성으로 이제는 450㎏ 규모의 고폭탄두를 단 전술용으로 더 많이 사용된다. 핵탄두 적재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초기에는 사전에 입력된 표적만 타격할 수 있었지만, 기술발전에 따른 개량작업을 거쳐 다른 표적도 임의로 지정해 공격할 수 있다.

위성항법체계(GPS)로 유도되는 아음속(시속 890㎞)의 미사일은 주로 잠수함과 구축함 등 함정을 통해 발사되며 30m의 고도를 유지한 채 최대 2500㎞ 밖의 표적도 자를 잰 듯이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다.

2001년 걸프전 당시 HARM 대레이더 미사일을 장착하는 미 해군 전투기[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2001년 걸프전 당시 HARM 대레이더 미사일을 장착하는 미 해군 전투기[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토마호크가 본격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1991년 걸프전 때다. 미국은 구축함에서 토마호크를 발사하는 것을 신호탄으로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에 대한 본격적인 응징에 나섰다. 걸프전에서는 288발이 발사된 것으로 조사됐다.

아프간ㆍ이라크ㆍ리비아戰서도 맹활약

또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전과 2003년 이라크 침공전에서도 미국과 영국은 800발이 넘는 토마호크를 발사해 주요 시설들을 무력화했다. 2011년 리비아 공습작전 첫날에도 순항미사일 탑재 공격형 핵잠수함(SSGN)을 통해 124발을 핵심 목표에 발사했다.

2017년 4월에도 미국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보복으로 구축함 로스와 포터 두 척을 동원해 시리아 내 샤이랏트 공군기지에 59발을 발사, 20대 이상의 시리아 공군기를 파괴하고 활주로, 격납고, 탄약고 등 주요 시설들을 무력화했다.

미 해군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위키미디어커먼스]​​
미 해군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위키미디어커먼스]​​

길이 5.56m(부스터 장착 시 6.25m), 지름 51.81㎝, 무게 1192.5㎏(부스터 장착 시 1440㎏)의 토마호크는 지금까지 5000발 이상이 생산돼 2000여 발이 실전에서 사용됐다. 가격은 18억원가량이다. 미 해군은 항시 1000발가량의 재고를 보유, 유사시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외에도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해군도 보유하고 있다. 일본도 500발을 주문했다.

토마호크는 크게 대함(對艦, TASM)미사일과 대지(對地, TLAM)미사일로 나뉜다.

대함용으로는 450kg 크기의 탄두와 레이더 유도식의 RGM-84 하푼 순항미사일 유도체계를 갖춘 BGM/RGM-109B TASM이 대표적이다. 

"일본 토마호크 500발 구매"(CG)[연합뉴스TV 제공]
"일본 토마호크 500발 구매"(CG)[연합뉴스TV 제공]

반면 대지용은 사거리가 1700km로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BGM-109C TLAM-C형과 모두 166발의 자탄을 장착한 BGM-109D TLAM-D형(사거리 1250km)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미국은 W80 핵탄두를 장착한 사거리 2500km의 BGM-109A TLAM-N형도 한때 운영하다 현재 폐기했다.

미 해군은 적 함정 등 이동하는 해상 목표를 정확하게 타격해 격파할 수 있는 대함(對艦)용 신형 토마호크 미사일(Maritime Strike Tomahawk, MST) 개발에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 해군은 2015년 대함용으로 개조한 토마호크로 해상 이동 표적을 정확히 격파하는 시험에 처음 성공한 것을 계기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블록3 TLAM, 블록3 TLAM 개량형, 블록4-2 TLAM 등도 실전배치했다.

이지스 구축함에서 발사되는 미 해군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미 해군 제공. 연합뉴스]
이지스 구축함에서 발사되는 미 해군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미 해군 제공. 연합뉴스]

토마호크는 수상함의 수직발사대(VLS)와 잠수함(21인치 어뢰발사관)을 통해 발사된다. 그러나 토마호크는 ▲GPS 위성을 함께 사용해야 하고 ▲아음속이기 때문에 마하 5 이상의 속도인 탄도미사일에 비해 탄두 폭발력이 약하고 ▲GPS 위성이 없는 국가가 보유한 경우 순항미사일로서의 생존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한편 미 정부 당국자들은 후티를 상대로 한 이번 작전에 중동에 전개 중인 미 해군 항공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와 현지 공군기지들에서 출격한 전투기들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수상함과 잠수함들도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등을 발사했다고 덧붙였다.

미 핵추진 항모 드와이트아이젠하워함[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 핵추진 항모 드와이트아이젠하워함[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최소 한 척의 미 해군 잠수함이 토마호크 미사일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또 후티 반군이 점령 중인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도 연신 폭음이 울렸다고 전했다.

사나에 있던 AP 통신 취재진은 현지시간으로 12일 오전 모두 네 차례의 폭발이 일어났지만, 전투기가 주변에 접근한 정황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예멘 반군 후티의 군사 조직 대변인인 야히야 사리가 TV 연설을 하는 모습을 사나에서 한 주민이 시청하고 있다. 사리 대변인은 이날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홍해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 선박을 공격했다고 밝혔다[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10일(현지시간) 예멘 반군 후티의 군사 조직 대변인인 야히야 사리가 TV 연설을 하는 모습을 사나에서 한 주민이 시청하고 있다. 사리 대변인은 이날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홍해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 선박을 공격했다고 밝혔다[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투기 접근 모습이 목격되지 않은 것은 비교적 접근이 쉬운 해안 목표물과 달리 내륙에 있는 수도 주변의 목표물에 대해서는 사정거리가 1250∼2500㎞에 이르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사용했기 때문일 수 있다.

후티 반군이 장악한 지역에서 가장 큰 항구도시인 예멘 서부 호데이다에서도 다섯 차례 큰 폭음이 들렸고, 홍해와 멀지 않은 예멘 남서쪽 도시 타이즈 역시 공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주민들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