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친미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 라이칭더(왼쪽) 후보가 9일(현지시간) 타이베이에서 샤오메이친 부통령 후보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3일로 예정된 대만 총통선거에서 현재 라이 후보는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친미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 라이칭더(왼쪽) 후보가 9일(현지시간) 타이베이에서 샤오메이친 부통령 후보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3일로 예정된 대만 총통선거에서 현재 라이 후보는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대만 총통선거(대선)가 13일 치러진 가운데 민주진보당(민진당)의 강경 독립파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와 더불어 미중 관계가 커다란 격랑이 예측된다.

먼저 라이 당선자를 향한 중국의 노골적인 당선 방해 '작전'을 벌일 정도로 차이잉원 현 총통보다도 더욱 강경한 독립주의자라는 점에서 대만해협을 두고 양안 긴장 수위는 차이잉원 집권 8년 기간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라이칭더가 당선되면 양안 긴장이 크게 고조될 것이라고 연일 위협했다.

원색적 말 폭탄과 함께 대선일이 다가와서는 '정찰 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이라고 주장)으로 의심되는 물체를 지속해 대만해협 중간선 너머로 띄우고 군용기를 동원해 무력 시위성 비행을 이어왔다.

대만을 대상으로 한 무역장벽 여부 조사를 선거일 직전까지 미룬데 이어 대만산 폴리카보네이트(PC) 제품의 반덤핑 조사도 미루는 등 경제적 강압 조치 수위도 계속해서 높여왔다.

이는 전부 라이칭더 당선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 입장에선 최악의 결과가 나온 만큼, 중국은 이제 대만을 향한 보복 조치에 본격 나설 공산이 점차 커지고 있다.

취임식날인 올해 5월 20일까지 중국이 군사훈련 등을 명분으로 한 대규모 무력시위에 들어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어 경제적 타격을 노리고 세금 감면 중단, 특정 제품 수입 중단 등의 보다 더 강력한 경제 제재에 나설 것으로도 보인다.

대만 담강대 창우에 교수는 대선 직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민진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더 많은 경제적 강압이 있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대만 매체들도 선거 직전 보도를 통해 만약 라이칭더가 당선될 시 시진핑 주석이 대만을 향한 '행동'에 나설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예측한 바 있다.

이 경우 대만은 라이칭더 당선인의 '대만 수호' 기조를 중심으로 안보 불안 등을 내세워 미국과 더욱더 밀착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 달 말 예고된 남중국해 프라타스 군도(둥사군도)에서의 '포병 사격 훈련' 등 맞불성 무력시위를 전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상황에 따라 한 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가 재차 거론되는 분위기가 올 수도 있다.

중국-대만간 공식 대화채널 복원도 기약 없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민진당 소속 현 차이잉원 총통을 대만 독립주의자로 여기며 그가 첫 번째 임기를 시작한 2016년부터 대화를 멈췄다.

이에 따라 차이잉원 총통보다 더 강력한 독립주의자로 분류되는 라이칭더를 대상으로 대화채널을 복원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단 라이 당선인이 독립 성향 강경파라 하더라도 중국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대만 독립을 공식 선포하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미국도 대만 친미 정권을 '지원'하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면서 대만해협 현상 변경을 차단하려는 입장이다.

장촨셴 대만 중앙연구원 정치학연구소 연구원은 선거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라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대만 독립을 선포할 수는 없을 것이며 중국과의 협상 및 교류를 통해 양안의 평화적 왕래를 촉진하기를 희망할 것"이라고 짚었다.

라이칭더 당선인도 선거 나흘 전 국제 기자회견을 통해 "차이 총통의 안정적·실용적이며 일관된 양안 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거론한 바 있다.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대만해협을 놓고 미중관계 갈등의 파고도 한껏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대리전 양상을 띠었던 이번 대선에서 미국 측의 '암묵적 지지'를 받은 라이칭더가 당선됨으로서 대만 문제 등을 놓고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국 측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미국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수송로인 대만해협과 서태평양에서의 패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대만 문제를 놓고 미중 갈등은 더욱더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그간 친미 정권 8년간 대만을 중국을 거세게 압박하는 주된 통로로 이용되온 미국으로서는 이번 선거 승리로 '대만해협'을 수호한 만큼, 중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친미 정권 연장으로 대만 민심을 확인한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향한 군사적 위협을 가할수록 무기 수출 확대 등으로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공산이 커 보인다.

세계 패권을 둘러싸고 경쟁하는 구도에서 비롯되는 미중 관계는 대만 대선 계기 힘겨루기를 시작으로 첨단기술 제재를 골자로 한 디리스킹(위험제거) 압박 그리고 올해 11월 미국 대선으로 이어지며 올해도 역시 격랑의 시기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중은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 이후 '관리 모드'로 돌입한 미중 관계를 다시 이전의 첨예한 갈등 상태로 되돌리지 않기 위한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을 가능성도 있다.

대만 대선 하루 전 미국 외교수장과 중국 차기 외교부장 기용 가능성이 언급되는 공산당 고위급 인사가 미 워싱턴에서 회동한 것이 주목되는 이유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반관반민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 중인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중련부장)과 회동했다.

국무부는 회담 이후 자료에서 양측이 협력 가능한 분야와 이견이 있는 분야를 포함해 여러 양자, 지역, 글로벌 현안에 대해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전 까지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고 최근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으로 중동 확전설까지 나도는 상황에서 대중 관계까지 악화일로로 치달을 경우, 11월 대선 가도에 다소 악재가 될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중국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재차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