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16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를 했다.

친미·독립 성향 민진당의 라이 후보는 역대 어느 대선보다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진땀승'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선거를 통한 승리의 가장 결정적 요인은 지난해 11월 야권이 승부수로 띄웠던 야권 후보 단일화 합의 무산이다.

당시 친중 제1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와 중도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총통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누가 총통 후보가 되더라도 민진당 라이 후보에 앞선다는 결과가 나온 것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누가 총통 후보가 되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여론조사 조건 등 세부 사항을 둘러싸고 이견이 불거졌고, 결국엔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단일화 합의는 불발됐다.

최종 개표 결과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간 표차가 100만 표가 안됐지만, 커 후보가 360만표 넘게 득표했다는 점에서 두 당은 집권할 기회를 그들 스스로 차버린 셈이다.

허우 후보와 커 후보가 선거에서 득표한 표는 약 830만 표로 라이 후보의 약 560만 표보다 약 270만표 가량 많았다.

이어 선거 기간 동안 친중 후보 당선을 위한 중국 당국의 군사적 위협 및 경제적 압박도 대만 유권자들의 거센 반발을 산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선거 수 일전 친중 국민당 내부에서 나온 '친(親)시진핑' 발언도 타이밍이나 그 내용의 민감성에 따라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국민당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은 이달 10일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믿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자초했다.

해당 발언은 민진당을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중국 압박을 경계하는 중도층 유권자들을 자극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 이틀 전 허우 후보는 브리핑을 통해 "당선되면 임기 중에 통일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중국과 거리두기를 하려 한 것도, 이 '친시진핑' 발언이 중도 표심에 던진 파문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라이 후보도 이같은 분위기를 곧바로 감지하고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중국의 압박'을 대만의 민주주의와 대비시키면서 표심에 적극 호소했고, 이같은 전략이 결국 효과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선거 전날 마지막 유세에서도 "우리에게 지금 익숙한 민주는 그냥 얻어진 게 아니라 해바라기 운동, 중국의 '일국양제 대만 방안'에 반대투표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라며 "올해 민주주의 첫 승리가 대만이 되게 해달라"라고 강력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