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서 예멘 후티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인 노르웨이 선적 유조선 스트린다호[AFP/게티이미지 제공]
홍해서 예멘 후티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인 노르웨이 선적 유조선 스트린다호[AFP/게티이미지 제공]

'홍해 해적,' '홍해 깡패,' '세계 해운물류의 시한폭탄'... 

최근 국제사회서 가장 '핫'한 키워드를 꼽는다면 예멘의 후티 반군일 공산이 크다.

후티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의한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소위 '가자전쟁' 다음달부터 대함탄도미사일과 드론 등을 동원, 홍해를 오가는 화물선과 유조선 등 민간선박들에 대해 30여차례 공격을 가해왔다.

납치한 화물선 위에 서 있는 후티 반군 병사[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납치한 화물선 위에 서 있는 후티 반군 병사[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에 세계 해운물동량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홍해항로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예멘 반군 조직 후티 대원들이 지난해 11월 20일 화물선 '갤럭시 리더'호에 승선해 나포를 시도하고 있다[게티이미지 제공]
예멘 반군 조직 후티 대원들이 지난해 11월 20일 화물선 '갤럭시 리더'호에 승선해 나포를 시도하고 있다[게티이미지 제공]

후티의 뿌리는 '믿는 청년들'... 시아파 분파에서 출발

사우디아라비아 남쪽에 있는 예멘은 전체인구의 65%가 수니파다. 반면 후티는 인구의 35%인 시아파 분파 자이드파를 신봉한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세력 후티[AP=연합뉴스]
예멘의 친이란 반군세력 후티[AP=연합뉴스]

애초 후티는 자이드파 청년조직 '믿는 청년들'(the Believing Youth)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이 조직을 만든 인물은 현 지도자 압둘 말리크 알후티(45)의 형 후세인 알후티다. 

후티는 북부 유력 가문 알후티 가(家)를 구심점으로 하며, 스스로는 '안사룰라'(신의 지지자)라고 부른다.

후티 반군 조직을 결성한 후세인 알후티[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후티 반군 조직을 결성한 후세인 알후티[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창시자 후세인 알후티는 당시 북예멘에서 수니파 근본주의 살리프파가 예멘 정부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세력을 넓히자 이에 대응해 '믿는 청년들'을 결성했다.

그러나 2004년 후세인 알후티가 정부군에 사살되자, '믿는 청년들' 조직은 아예 후티로 개명하면서 반군을 자처하기 시작했다. 지도자도 후세인 알후티의 동생인 압둘 말리크 알후티가 추대됐다. 

후티 지도자 압둘 말리크 알후티[로이터=연합뉴스]
후티 지도자 압둘 말리크 알후티[로이터=연합뉴스]

예멘도 2011년 아랍권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듬해 2월 2월 34년 동안 철권통치를 한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가 하야하자 부통령이던 압드라모 만수르 하디가 이끄는 과도정부가 출범했다.

민주화 시위가 유혈사태로 번진 이집트, 바레인, 리비아 등과 달리 예멘은 튀니지와 함께 아랍의 봄 결실을 맛보게 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기대는 이내 사라졌다. 장기 독재와 빈곤의 깊은 뿌리는 예멘의 민주주의 발아를 순순히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멘의 반군세력 후티[EPA=연합뉴스]
예멘의 반군세력 후티[EPA=연합뉴스]

살레 시절 부통령이던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가 2년 임기의 과도정부의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하디 정권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고 합법성을 갖췄다. 그러나 정작 권력을 지탱하는 정치·군사적 기반이 취약했다.

하디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여건도 민주화를 꽃피우기엔 열악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살레의 지속적인 '상왕노릇'이었다. 의회 다수당 국민의회당(GPC)과 군부는 여전히 살레의 영향력하에 이었다.

아랍권의 민주화 열풍을 촉발한 2011년 1월 튀니지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아랍권의 민주화 열풍을 촉발한 2011년 1월 튀니지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런 가운데 이슬라당, 남부 사회주의 정파 등 야권은 정치 개혁과 민생보다는 정부 요직에 자신의 세력을 심는 눈앞의 이득에 더 관심을 가졌다. 이에 당연히 민심이 끓기 시작했다.

후티, 2015년 내전으로 본격적 주목을 받기 시작

후티는 이런 민심을 놓치지 않았다. 자신들의 공식 명칭으로 '신의 수호자'(안사르 알라)를 채택한 후티는 반정부 시위에 선봉장으로 나섰다. 

후티 반군[EPA=연합뉴스]
후티 반군[EPA=연합뉴스]

후티는 전략적이었다. 예전에는 적대적이었지만 정권 획득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살레 전 대통령과 손을 잡고 지속적으로 하디정권을 흔들어댔다.

이에 후티 반군이 2014년 9월 수도 사나로 진입했을 때 예멘 정부군은 이를 막을 전투력을 보유하지 못했다. 오히려 군 일각에서는 이들의 진군을 환영했다.

후티가 손쉽게 민심을 얻게 된 또 다른 이유는 민생 문제였다. 하디정권은 재정개역을 빌미로 2014년 7월 정부 재정의 3분의 1(연간 약 20억달러)을 차지하는 연료 보조금을 축소했다.

[그래픽]예멘 푸티 반군[연합뉴스]
[그래픽]예멘 푸티 반군[연합뉴스]

이 조치는 들끊는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겻이었다. 휘발유는 60%, 경유는 95%나 각각 가격이 치솟았다.

당연히 반군측에 민심이 몰렸다. 후티 반군과 하디정권은 연방제식 정권 이양 절차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린 탓에 합의가 결렬됐다.

11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 시내에 모여있는 후티 반군 대원들[EPA=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 시내에 모여있는 후티 반군 대원들[EPA=연합뉴스]

결국 후티는 2014년 9월 예멘 수도 사나를 점령했다. 이어 이듬해인 2015년 1월 쿠데타로 예멘 정부를 남부 아덴으로 밀어냈다.

후티는 여세를 몰라 예멘의 물류 요충지인 남서부 호데이다항까지 장악했다. 이후 예멘 북부에서 후티가 실제 정부 역할을 수행한다.

후티는 이란과 더욱 관계를 돈독히 했다. 가뜩이나 후티의 권력 장악으로 위협을 느낀 와중에 '불구대천'인 이란과 밀접해지자 사우디는 2015년 3월 수니파를 중심으로 아랍동맹군을 결성, 내전에 직접 뛰어들었다.

후티반군 장악 예멘 수도 사나의 시위대[AFP=연합뉴스]
후티반군 장악 예멘 수도 사나의 시위대[AFP=연합뉴스]

애초에는 압도적인 공군력을 앞세운 사우디의 승리로 쉽게 끝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후티는 끈질기게 저항했다. 가끔 사우디가 '뻘짓'을 하는 바람에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하기도 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이에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는 후티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또 미국도 2015년 4월 지도자인 압둘 말리크 알후티를 특별지정 제재대상(SDN)에 올렸다. 

반면 서방은 사우디에 망명 중인 하디 정부를 공식 정부로 인정하지만, 이란은 후티 반군만을 정부로 대하는 게 차이점이다. 

 ◇탄도미사일, 드론 등 웬만한 국가 능가하는 후티 전력

후티의 전력은 웬만한 국가를 능가한다. 후티는 내전 기간 쌓은 실전 경험을 축적해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라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수도 사나에서의 무력을 과시하는 후티[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수도 사나에서의 무력을 과시하는 후티[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후티의 병력은 현재 20만여명 규모로 '성전위원회'(Jihadist Council) 직속하에 △최고사령부  △육군사령부 △지상군사령부 △국내보안부 △특전사령부 △병력동원부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여겨볼 것이 바로 특전부(Special Forces Branch)로 탄도미사일과 드론 부대들이 포함돼 있다. 

2022년 수도 사나에서 공개된 후티 반군의 대함미사일[The War Zone 캡처]
2022년 수도 사나에서 공개된 후티 반군의 대함미사일[The War Zone 캡처]

후티가 서방까지 위협할 정도의 군사력을 갖추게 된 1등 공신은 당연히 이란이다. 내전 과정에서 후티는 전 정권이 땀흘려 확보한 옛 소련제 로켓과 미사일을 수중에 넣게 됐다. 

후티는 사거리 250-400km 표적에는 '콰헤르-1'(Qaher-1)과 '콰헤르-2'(Qaher-2) 미사일을, 550km가량의 목표물은 '스커드-C'(Scud-c) 미사일을 각각 사용해왔다. 또 70-120km 표적에는 '토치카'(Tochka) 미사일을 동원한다.

후티의 미사일 발사 장면[후티 공보조직 SNS 캡처]
후티의 미사일 발사 장면[후티 공보조직 SNS 캡처]

그러나 이란의 지원이 본격화하면서 후티는 '바데르'(Bader, 최대사거리 160km), '부르한-1'(Burkhan, 최대사거리 800km), '부르한-2'(Burkhan-2, 최대사거리 1000km), '부르한-3'(Burjhan-3, 최대사거리 1200km), '쿠즈-1'(Quds-1, 최대사거리 700km), '쿠즈-2'(Quds-2, 최대사거리 1300km), '쿠즈-3'(Quds, 최대사거리 2000km) 등을 실전배치해 사용 중이다.

후티 반군이 운용 중인 대함탄도미사일[IISS./The Warzone 제공]
후티 반군이 운용 중인 대함탄도미사일[IISS./The Warzone 제공]

국제전략연구소(IISS) 소속 파비언 힌즈 연구원은 이란제 부품으로 후티가 자체제작한 탄도ㆍ순항미사일 가운데 '태풍'(Typhoon)으로 부르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주목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최대사거리 1180km의 이 미사일은 이란의 '카드르'(Qadr)를 토대로 한 것으로 "정확도 측면에서는 매우 떨어지지만, 유일하게 이스라엘을 직접 사정권에 둔 탄도미사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2016년 카드르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후티 반군이 운용 중인 대함순항미사일 종류[IISS/The Warzone 제공]
후티 반군이 운용 중인 대함순항미사일 종류[IISS/The Warzone 제공]

또 순항미사일은 쿠즈도 주목할만다고 강조한다. 후티는 2022년 사나에서 1100km 이상 떨어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의 석유시설에 쿠즈-2를 발사해 피해를 주기도 했다.

드론 전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후티는 2016년부터 드론을 실전사용해왔다.  이 가운데에는 '라키브'(Raquib 최대비행거리 15km), '라세드'(Rased, 최대비용거리 30km), '콰세프-1'(Qasef-1, 최대비행거리 150km), '사마드-1'(Samad-1, 최대비행거리 500km)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멘 수도 사나의 광장에 전시된 후티 반군의 드론과 미사일 모형[EPA 캡처]
예멘 수도 사나의 광장에 전시된 후티 반군의 드론과 미사일 모형[EPA 캡처]

후티는 이란제 부품을 이용해 일부는 자체제작한다고 힌즈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들 중에는 우크라이나전에서 러시아군이 사용 중인 최대비행거리 2000km의 '샤헤드-136' 드론이 포함된다. 또 최대비행거리 1600km로 UAE와 사우디의 주요 시설물 타격에 사용한 '사마드-3'(Samad-3) 드론도 있다. 사마드-3는 18kg의 고폭탄도 장착한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2020년 보고서에서 후티가 사용하는 드론은 GPS를 사용하며 "표적을 따라 사전에 입력해놓은 비행로를 따라 자율비행한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공격하는 러시아군의 샤헤드 드론[AP 자료 사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공격하는 러시아군의 샤헤드 드론[AP 자료 사진]

후티는 또 북한으로부터무기를 지원받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수입한 부품을 제작에 사용한다는 주장도 나오기도 했다.

후티 지도자 알후티는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언론 접촉을 피하는 건 물론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수수께끼 지도자'로 불린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2014년 예멘 내전 발발 당시부터 후티를 상대했던 외국 관계자들도 알후티를 직접 만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티 지도자 압둘 말리크 알후티의 대형사진 옆을 지나는 후티 병사들[AFP=연합뉴스]
후티 지도자 압둘 말리크 알후티의 대형사진 옆을 지나는 후티 병사들[AFP=연합뉴스]

그를 만나려면 예멘 수도 사나에 있는 요새 내 은신처로 가야 하는데, 알후티는 이곳에서도 스크린을 통해서만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알후티는 또 조직 내 반대 의견을 탄압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예멘 전문가는 "후티는 매우 잔인한 내부 정보기구에 의존해 모든 종류의 반대 의견을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