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내 친이란 시설 폭격을 위해 출격하는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UPI=연합뉴스 자료 사진]
중동내 친이란 시설 폭격을 위해 출격하는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UPI=연합뉴스 자료 사진]

요르단 내 미군기지에서 발생한 친(親)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사망자 3명을 포함해 40명가량의 미군이 피해를 본 사건을 계기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보복성 군사행동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자칫 중동 전역으로 확전될 수 있는 우려에 따라 배후로 지목된 이란 본토를 직접 타격하지 않더라도 예멘, 이라크, 시리아 등 다른 지역에서 반미(反美) 무력도발을 해온 추종세력들에 대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행동은 악화일로 상태인 중동 안보상황을 반전시키려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요르단서 전사한 미군 유해 운구식에서 조의를 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WSJ 캡처]
요르단서 전사한 미군 유해 운구식에서 조의를 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WSJ 캡처]

그러나 이란도 미국의 이런 움직임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자칫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최악 시나리오'까지 제기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방송,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과 연합뉴스가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현지시간)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폭격을) 명령하고 시행했을 때 그것이 우리 대응의 시작이며 더 많은 조처가 있을 것임을 명백히 밝혔다(I would just say that the president was clear when he ordered them and when he conducted them that that was the beginning of our response and there will be more steps to come)"고 말했다.

CNN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 방송에 출연해 중동정세에 대한 미 행정부의 대응책을 밝히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CNN 화면 캡처]
CNN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 방송에 출연해 중동정세에 대한 미 행정부의 대응책을 밝히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CNN 화면 캡처]

2일 시리아와 이라크의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친이란 민병대 거점 등 85개소를 무더기로 폭격한 것으로 미국의 보복이 끝났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폭격 개시 당일 낸 성명에서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보복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공군(RAF) 타이푼 전투기가 12일(현지시간) 예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근거지를 공격하기 위해 키프로스 아크로티리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후티가 홍해에서 벌여온 상선 공격에 대한 직접 보복으로 이날 예멘 내 반군 거점에 폭격을 가했다[로이터=연합뉴스]
영국 공군(RAF) 타이푼 전투기가 12일(현지시간) 예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근거지를 공격하기 위해 키프로스 아크로티리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후티가 홍해에서 벌여온 상선 공격에 대한 직접 보복으로 이날 예멘 내 반군 거점에 폭격을 가했다[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이 이처럼 '추가 조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건 이란에 대한 압박과 친이란 무장세력의 준동 억제 등 다양한 효과를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

美텍사스주 다이스 공군기지에서 항공폭탄을 운반하는 미군 병사[UPI=연합뉴스 자료 사진]
美텍사스주 다이스 공군기지에서 항공폭탄을 운반하는 미군 병사[UPI=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국 정부는 지난달 27일 요르단 미군기지가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의 자폭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아 3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치는 사건이 벌어지자 '강력한 보복'을 공언했지만, 다른 한편에선 이란과의 전면전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실제, 미국의 이번 폭격은 이라크와 시리아 반미 세력을 지원해 미군 철수를 끌어낸다는 전략을 구사해 온 이란에 실질적 타격을 주기보다는 '더는 참지 않겠다'는 정치적 메시지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18일 이후 친이란 무장세력에 의한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 미군 기지 피격 상황[WSJ 캡처]
지난달 18일 이후 친이란 무장세력에 의한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 미군 기지 피격 상황[WSJ 캡처]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부가 거의 1주일 전부터 보복을 예고해 IRGC 고위급 인사들이 폭격 예상지점에서 몸을 피할 시간을 줬다고 지적했다.

중동 현지 미군기지를 활용해 최대한의 화력을 퍼붓는 대신 지구 반대편 미국 본토에서 전략폭격기를 띄운 것도 이란이 폭격에 협조한 주변국을 걸고넘어져 확전을 시도할 빌미를 주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 공군의 B-1B 랜서 전략폭격기[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 공군의 B-1B 랜서 전략폭격기[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처럼 제한적인 규모의 공습이 "잘 무장된 민병대의 군사적 역량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실제, 미국과 영국은 이번 보복 공습과 별개로 지난달 12일부터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을 3주 넘게 거듭 폭격했지만,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는 행위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미군 공습에 항의하는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대원들[AP=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군 공습에 항의하는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대원들[AP=연합뉴스 자료 사진]

그런 만큼 미국 정부가 추가 조처를 예고한 건 이란과 중동 내 반미 무장세력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할 상황을 조성하려는 일종의 엄포일 가능성이 있다.

그 사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휴전과 인질석방 합의를 끌어내면 양자 간의 전쟁을 명분 삼아 준동했던 친이란 무장세력들도 공세를 이어갈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허용하는 대신 아랍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이란을 위시한 이슬람 시아파 세력의 위협에 대응해 공동전선을 구축한다는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 대원[WSJ 캡처]
하마스 대원[WSJ 캡처]

다만, 이런 시나리오대로 상황이 흘러갈 것이라고 낙관하긴 어렵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화해가 자국 안보와 지정학적 입지를 위협한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여온 이란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이미 많은 친이란 무장단체들은 미군을 계속 공격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추가 군사작전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토대로 삼아 팔레스타인 국가건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가자지구 남부 최대도시인 칸 유니스에 진입한 이스라엘군 98사단 병사들[이스라엘군 제공]
가자지구 남부 최대도시인 칸 유니스에 진입한 이스라엘군 98사단 병사들[이스라엘군 제공]

분쟁이 격화하면 가자지구 전쟁을 넘어서는 이 같은 중동평화 구상의 두 축이 협상 전에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우려되는 건 이런 공격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라면서 실제 요르단 미군 피격 사망은 민병대의 자폭 드론을 아군기로 오인한 데서 비롯됐고 "이에 미국과 이란은 분쟁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경고했다.

12일(현지시간)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에 대한 직접 타격을 시작한 미 해군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미군 중부사령부 소셜미디어 캡처]
12일(현지시간)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에 대한 직접 타격을 시작한 미 해군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미군 중부사령부 소셜미디어 캡처]

<원문 참고: https://www.wsj.com/world/middle-east/iran-condemns-u-s-strikes-as-washington-signals-further-action-17129ceb

https://edition.cnn.com/middleeast/live-news/israel-hamas-war-gaza-news-02-04-24/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