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하는 유리 김 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부차관보[연합뉴스 자료 사진]
브리핑하는 유리 김 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부차관보[연합뉴스 자료 사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한국이 대공 방어 등 국방 물자를 더 지원하기를 바란다고 미국 국무부 고위당국자가 밝혔다.

유리 김 미국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26일(현지시간) 한미연구소(ICAS) 주최 온라인 심포지엄에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정치적 지지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방어 지원(defense support)을 제공했으며, 우리는 그런 물자(materials)가 우크라이나로 더 가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탄약이나 다른 군사·물자 지원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집속탄두를 단 미국제 155mm 포탄[로이터 캡처]
집속탄두를 단 미국제 155mm 포탄[로이터 캡처]

지금까지 한국은 비살상무기만 지원한다는 원칙에 따라 지뢰제거 장비, 긴급 후송차량, 전투식량, 방탄복, 방독면, 의무장비 등의 군수물자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김 부차관보는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50여개 국가의 연합인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UDCG) 국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모든 연합국에 "(방공)체계든 요격미사일이든" 대공 방어를 가능한 범위에서 제공하기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합국에 지원을 촉구하는 물자와 관련해 "지금 당장 가장 필요한 것은 155mm 포탄"이라며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하루에 군인 1명당 탄약 15∼20발 정도만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을 향해 발사되는 우크라이나군의 155mm 곡사포[WSJ 캡처]
러시아군을 향해 발사되는 우크라이나군의 155mm 곡사포[WSJ 캡처]

그는 미국이 한국에 구체적인 무기 지원을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모든 연합국에 대공방어(air defense)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런 요청을 매우 폭넓게 했다"며 "50여개 연합국 모두 방공무기가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김 부차관보는 7월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의 한 부분으로 나토와 한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 인도태평양 4개국과의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느냐는 질문에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실제 싸우는 경우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물론 우리 모두 북한의 무기체계와 미사일이 전장으로 보내져 실제 사용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북한제 KN-23 탄도미사일 파편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의 일부분이 떨어져 있다[[AP 캡처]
지난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북한제 KN-23 탄도미사일 파편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의 일부분이 떨어져 있다[[AP 캡처]

북한의 전투병이 아니더라도 군사고문이 우크라이나에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최근 러시아에 도착한 것으로 보도된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 군수공장에서 일하느냐는 질문에는 "공유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관계 확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주목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썩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중국)들이 어느 정도 통제하고 미국을 상대로 조종할 수 있는 문제(북한)를 안고 있는 것과 그 역할을 경쟁 세력(러시아)에게 갑자기 빼앗기는 것은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그간 북한에 행사해온 영향력을 러시아에 내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우크라이나군 92여단 장병이 155㎜ 포탄을 살펴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 92여단 장병이 155㎜ 포탄을 살펴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이 지원하기로 약속한 155㎜ 포탄 물량의 절반 이상을 아직 인도받지 못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수도 키이우를 찾은 불가리아의 니콜라이 덴코프 총리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는 "유럽연합이 우리에게 약속한 100만발의 포탄 중 50%도 아닌 30%만 받았다"고 말했다.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AFP=연합뉴스]

지난달 말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포탄 지원과 관련해 "3월 말까지 52만4000발이 전달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해 EU 각국 국방장관들이 1년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155㎜ 포탄 100만발의 절반 수준으로, 탄약 제공이 지연되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