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3년 전인대 폐막식[신화=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3년 전인대 폐막식[신화=연합뉴스]

외국인 투자 급감과 진출 해외기업 잇단 철수, 부동산경기 급락, 미중무역전쟁 확대 등 위기상황인 중국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어느 정도 제시할 지에 비상한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은 4일 개막되는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목표치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5%대다. 

리창 중국 총리[중국 외교부 제공]
리창 중국 총리[중국 외교부 제공]

구체적으로는  개막 이튿날인 5일 리창 총리가 정부공작보고(업무보고)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목표치 공개는 뭐 하나 '반듯한 것'이 없는 중국경제가 국제사회의 불안감과 우려를 어느 정도나마 불식시킬 수 있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황제' 시 주석 권위와 신뢰도 손상 방지 위해 5%대 고수 가능성

제일재경 등 중국 언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일부 외신은 전문가들을 인용, 중국정부가 올해도 5% 안팎의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일상회복을 선언한 '위드코로나'의 원년인 작년에도 국제사회의 온갖 우려에도 5.2%의 성장률을 달성했다는 점을 애써 강조한다. "한치 앞을 바라보지 못할 정도"의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초과달성한 '자신감'을 근거로 올해도 그럴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중국 외교부 제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중국 외교부 제공]

실제로 제일재경과 SCMP도 이런 '희망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또 중국 중신증권(CITIC)의 황원타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사회 심리적인 기대감과 발전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려면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높아야 한다"며 "중국 당국이 5% 안팎의 목표치를 설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듯 31개 성·시·자치구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가운데 5% 미만은  톈진(4.5%)이 유일했다.

중국이 5% 마지노선에 목을 매는 것은 다분히 국내정치적 요인, 보다 구체적으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위와 신뢰도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5%대 성장목표는 4.5%를 기록한 1991년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5% 아래로 목표를 설정하면 시 주석 '일인체제'의 영도력 훼손은 물론이고 사회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중국 전기차업체 BYD의 작업장 모습[WSJ 캡처]
중국 전기차업체 BYD의 작업장 모습[WSJ 캡처]

국제사회 "잘해야 4% 중반대" 예측... 온갖 악재 공존

반면 미국, 영국 등 서방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는 이런 전망에 '냉소적'이다. 잘해야 4% 중반대의 성장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해외 경제전문가들은 ▲위드코로나에도 경제회복 동력이 약했고 ▲중국경제의 한 축을 이루는 부동산경기가 크게 둔화됐고 ▲'불투명한' 지방정부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대량실업과 경기둔화로 인한 주머니사정 악화로 소비가 위측됐고  ▲사실상 현실로 다가온 디플레이션 우려 등 악재가 산재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청산명령 받은 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청산명령 받은 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여기에다 올해 들어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홍콩 법원에서 청산 명령을 받은 데 이어 경영난을 겪어온 대형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도 5월 홍콩법원에서 청산 심리를 받게 되는 등 암울한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저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악재를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해결책)이 가시화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이와 함께 5년만에 현실화된 주가폭락, 서방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기조와 중국 당국의 반간첩법 시행 등의 여파로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투자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는 현상까지 빚어지는 것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하이 주식 전광판 지나가는 여성[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상하이 주식 전광판 지나가는 여성[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들은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을 4.4∼4.7%대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런 악재들을 잠재우고 경제를 '소생'시킬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나올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GDP 대비 재정적자율을 3% 이상으로 설정할지 ▲첨단산업 발전 중심의 '신품질 생산력'(新質生産力) 구호와 소비 장려 같은 구체적인 내수 진작 조치를 내놓을지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3대 신(新)성장동력'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방향을 제시할지가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외국기업들의 대중 직접투자(FDI)가 지난해 3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료=중국외환관리국 블룸버그통신
  외국기업들의 대중 직접투자(FDI)가 지난해 3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료=중국외환관리국 블룸버그통신

또 부동산 활성화 추가대책과 지방정부 부채 부담 완화, 증시 활성화 방안 등도 관심을 끈다고 덧붙였다.

한편 SCMP는 리창 총리의 업무보고와 관련해 지역 보호주의에 맞서고 심화하는 인구통계학적 문제에 대처하고 기술 및 기타 혁신 산업의 초점을 재조정하는 한편 미국의 무역 봉쇄에 대처하고 중진국의 함정을 피하기 위한 각종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