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서 투하된 식량을 향해 달려가는 가자지구 주민들[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공중에서 투하된 식량을 향해 달려가는 가자지구 주민들[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국이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해 2일 구호품을 공중투하했다.

세 대의 C-130 공군 수송기를 동원해 3만8000개의 비상식량을 가자주민들에게 공급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방송, 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 연합뉴스는 요르단군도 참가한 이날 공중투하로 적어도 57만6000여명의 주민들이 '기아'(famine)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처음으로 가자주민들에게 실시한 비상식량 공중투하 장면[로이터 캡처]
미국이 처음으로 가자주민들에게 실시한 비상식량 공중투하 장면[로이터 캡처]

미 백악관은 구호품 공중투하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면서, 이스라엘 측도 이에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알려진 지난달 29일 가자지구에서의 '구호 트럭 참사'로 난처한 입장에 처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미 정부가 체면은 유지하게 됐다는 평가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회담(1일)에서 항공기를 통한 가자 지구에 대한 식량 투하 방침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를 위해 함정을 통한 대규모 구호품 전달을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가자에 수백 대의 트럭이 오가게 해야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미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에 안갯속으로 빠져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휴전 및 인질 협상이 하마스의 서명만을 남겨놓았다고 2일 밝혔다.

가자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중투하하는 미 공군[로이터 캡처]
가자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중투하하는 미 공군[로이터 캡처]

당국자는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현재 가자지구 휴전은 시급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협상안이 테이블에 올라와 있으며, 이스라엘은 이미 수용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만약 하마스가 취약한 인질들의 석방을 수용한다면 가자 지구에서는 오늘부터 당장 6주 동안 휴전이 이뤄질 것"이라며 "대상은 병자와 다친 사람, 노약자와 여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인질 협상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며, 현재 도하에서 다른 논의들 역시 진행되고 있다"며 "(10일 시작하는) 라마단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가족의 시신을 살피는 가자 주민들[AFP/게티이미지 제공]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가족의 시신을 살피는 가자 주민들[AFP/게티이미지 제공]

그는 "지난 몇 주간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지만, 최종 타결이 이뤄지기까지는 협상이 성사된 것이 아니다"라며 "틀은 마련돼 있고 이스라엘은 기본적으로 여기에 서명했으며, 이제 공은 하마스에 있다"고 확인했다.

인질 석방 합의 요구 시위하는 이스라엘인들[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인질 석방 합의 요구 시위하는 이스라엘인들[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또 다른 당국자는 이날 시작된 가자 지구에 대한 항공을 통한 인도적 식량 지원과 관련, 해상을 통한 대규모 인도적 지원 역시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현재 가자에 대한 또 다른 형식의 인도적 지원을 위해 이스라엘 및 키프로스, 유엔,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가자까지 해로로 직접 식량을 전달하는 경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구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행기로 구호품을 투하하는 방식이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WP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난민 지원 기구인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필립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구호품 공중 투하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엄청나게 비싼 지원 방법"이라고 말했다.

2일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의 첫 비상식량 공중투하 모습[로이터 캡처]
2일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의 첫 비상식량 공중투하 모습[로이터 캡처]

 

구호품의 효과적인 배분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국제아동권리단체 세이브더칠드런 미국 지부 대표 잔티 소립토는 "(구호품을) 누가 받을지, 누가 받지 못할지 알 수가 없다"며 "구호품이 어디에 떨어질지도 장담할 수 없다.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이 구호 트럭에 몰린 주민들에게 발포해 수백명이 죽거나 다친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나부시 교차로 부근에서 구호품 호송 트럭을 둘러싼 주민들[AFP=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나부시 교차로 부근에서 구호품 호송 트럭을 둘러싼 주민들[AFP=연합뉴스]

사태 발생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진행 중인 휴전 협상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스라엘과 미국, 카타르, 이집트는 가자지구 6주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을 골자로 한 협상 논의를 이어 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40일간의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보안 사범 10명을 풀어주는 내용의 협상안을 검토 중이다.

가자지구에 거미줄처럼 구성된 땅굴에서 작전 중인 하마스 대원[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가자지구에 거미줄처럼 구성된 땅굴에서 작전 중인 하마스 대원[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원문 참고: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2024/03/02/biden-ceasefire-hostages-negotiations-ramadan/

https://www.wsj.com/world/middle-east/negotiators-scramble-to-rescue-gaza-hostage-talks-after-deadly-convoy-incident-b446a5e3?mod=hp_lead_pos7

https://edition.cnn.com/middleeast/live-news/israel-hamas-war-gaza-news-03-02-24/index.html

https://www.reuters.com/world/middle-east/israeli-airstrike-hits-gaza-tent-killing-11-gaza-health-ministry-2024-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