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진지로 자주곡사포 쏘는 우크라 병사들[AP=연합뉴스 자료 사진]
러시아군 진지로 자주곡사포 쏘는 우크라 병사들[AP=연합뉴스 자료 사진]

"한국산 105mm 포탄이 포병 화력이 부족해 위기상황인 우크라이나에 '효자노릇'을 할 수 있다."

러시아의 침공(2022년 2월 24일)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크라이나의 열세로 돌아섰다.

러시아군의 152mm 자주포 사격 장면[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러시아군의 152mm 자주포 사격 장면[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이는 무엇보다 막강한 화력 특히 포병전력을 앞세운 러시아군의 반격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155mm 포탄 공급이 절대부족, 우크라이나군의 사상자가 속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M777 곡사포 포탄을 점검하는 우크라이나 병사[EPA= 연합뉴스 자료 사진]
M777 곡사포 포탄을 점검하는 우크라이나 병사[EPA= 연합뉴스 자료 사진]

현실로 등장한 포탄 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우크라이나에 한국산 105mm 포탄이 효과적인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CSIS 연구원 "155mm 포탄 對美 지원 선례로 105mm 포탄도 우회제공 가능" 

이런 주장을 제기한 사람들은 국제적 명성을 구가하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속으로 미 해병대 예비역 대령인 마크 캔시언 선임 고문과 크리스 H. 박 연구원.

한국산 105mm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갭필러'로 지원할 것을 제안한 미 CSIS 소속 마크 캔시언과 크리스 박 연구원[CSIS 홈페이지 캡처]
한국산 105mm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갭필러'로 지원할 것을 제안한 미 CSIS 소속 마크 캔시언과 크리스 박 연구원[CSIS 홈페이지 캡처]

 

두 사람은 22일(현지시간) CSIS 홈페이지에 올린 "한국산 105mm 포탄이 우크라이나를 구할 수 있을까?"(Can South Korean 105-Millimeter Ammunition Rescue Ukraine)이라는 공동기고문에서 3년째 지속되는 이 전쟁에서 한국산 105mm 포탄이 '효자노릇'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05mm 포탄[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105mm 포탄[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두 사람은 "지난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한국 윤석열 정부와 협력해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 30만 발 이상을 보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점점 줄어드는 재고와 (우크라이나 지원 결정을 미루는) 미 의회의 관성 속에 한국의 탄약 재고에 다시 도움 요청을 해야 할 수도 있다"(The administration may need to re-tap the South Korean munitions stockpile to arm Ukraine in the face of dwindling stockpiles and congressional inertia.)고 설명했다.

155mm 포탄[EAP=연합뉴스 자료 사진]
155mm 포탄[EAP=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는 한국이 '최종 사용자는 미군'이라는 조건 하에, 미측에 포탄을 공급함으로써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포탄 공급을 할 수 있도록 한 방식과 똑같은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55mm 포탄[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155mm 포탄[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실제로 한국은 2022년 말에는 155mm 포탄  10만발을 미국에 판매했고, 이듬해 3월엔 같은 구경의 포탄 50만발을 대여형식으로 미국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식으로 한국산 105mm 포탄을 우회지원하면 우크라이나의 탄약 부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미 의회에 계류중인 600억달러(80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용 추경 예산이 통과되면 현행 3만발 수준인 미국의 월간 포탄 생산량을 내년말까지 10만발로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155mm용 M483A1 집속탄[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155mm용 M483A1 집속탄[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두 사람은 "낭보는 한국이 협력할 수 있다는 사실"(The good news is that South Korea may be willing to cooperate)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 1200km 전선서 하루 2000발만 발사 가능.. 러, 1만발 이상 집중사격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우크라이나전 과정에서 사상자의 80%가량이 포 사격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 만큼 포탄의 안정적 수급이 중요하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우크라이나군은 750마일(1207km) 전선에서 47만여명의 러시아군과 대치 중이다. 이 전선에 우크라이나가 배치한 포는 모두 350문에 불과하다. 또 우크라이나군이 하루에 쏠 수 있는 포탄 수는 2000발밖에 안된다.

바흐무트 참호 지나는 우크라이나군[AP=연합뉴스 자료 사진]
바흐무트 참호 지나는 우크라이나군[AP=연합뉴스 자료 사진]

반면 러시아군이 배치한 야포 수는 4000문 이상으로, 하루에 1만발가량을 발사한다. 단순 비교로도 러시아군은 하루에 5배나 더 많은 포탄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우크라이나군은 전선 유지에 매달 최소 7만5000발의 포탄이 필요한 반면 러시아는 월 30만발 이상을 발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포탄과 무기 수출항으로 알려진 동해안 나진항의 위성사진[Bloomberg 캡처]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포탄과 무기 수출항으로 알려진 동해안 나진항의 위성사진[Bloomberg 캡처]

소모전 양상을 보이는 이 전쟁에서 안정적인 포탄 수급의 중요성을 러시아도 잘 인식한다. 더 많이 쏠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300만발의 비축탄과는 별도로 북한으로부터 152mm, 122mm 등 100만발 이상의 포탄을 넘겨받아 실전에 사용 중이다. 러시아는 또 올해 152mm 포탄 130만발과 80만발의 122mm 포탄을 생산할 계획이다.

'갭필러' 역할 기대되는 韓산 105mm 포탄... 韓, 340만발 이상 보유

개전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각종 포탄 규모는 300만발 이상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에는 가장 많은 것이 M198 155mm 자주포탄으로 200만발 이상 차지했다. 눈에 띄는 것은 105mm 포탄도 80만발 이상된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현재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와 포탄 보고서[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12일 현재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와 포탄 보고서[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이와 관련, 미국은 현재 3만발 수준인 월탄 포탄 생산량을 내년 말까지 10만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과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중심의 유럽이 공급이 원할하게 이뤄지기까지 공백기'를 메꾸는 '갭필러'(gap filler) 즉 대체포탄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CSIS 소속 두 사람은 미국의 이런 증산이 이뤄질 때까지 한국산 105mm 포탄이 '갭필러'(gap filler)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돈바스 전선서 미국제 M777 곡사포를 발사하는 우크라이나군[EPA=연합뉴스]
돈바스 전선서 미국제 M777 곡사포를 발사하는 우크라이나군[EPA=연합뉴스]

이는 한국의 155mm 포탄 공급에 제한을 염두에 둔 것이도 하다. 무엇보다 한국은 북한의 안보 리스크에 대응하려면 필수보유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한국은 이전처럼 155mm 포탄을 미국에 대량으로 이전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두 사람은 지적한다.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모두 견인포 중심으로 105mm포를 운용 중이다. 한국전쟁과 이후 1970년대까지 상당한 수량의 105mm 견인포를 인도받은 한국이 현재 보유한 관련탄은 340만발가량.

한국 해병대가 운용하는 105mm 견인포[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한국 해병대가 운용하는 105mm 견인포[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한국은 그러나 1986년부터 미국의 M109를 기반으로 K-55 자주포를 면허생산을 시작한 이후 '명품' K-9이 중심이 된 155mm 자주포로 전환하는 상황이다. 이에 105mm 견인포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형국이다. 당연히 105mm 포탄 수요도 급감했다. 

그러나 한국은 105mm 견인포를 도태시키는 대신 차량탑재형 K105A1 '풍익'으로 개조해 실전배치했다. 한 마디로 105mm 자주곡사포로 탈바꿈해 전력을 높였다는 얘기다. 풍익은 자동사격통제시스템, 전시식 발사지지대 적용, 차량 내 탄약 적재 공간 확보 등을 채택 견인포보다 초탄 발사시간이 5분의1로, 운용인원도 4명으로 각각 줄어들었다. 현재 한국의 105mm포 운용 대수는 2000여문이다. 

한국군이 운용 중인 105mm '풍익' 차량자주포[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한국군이 운용 중인 105mm '풍익' 차량자주포[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두 사람은 105mm 포탄이 155mm보다 사정 거리가 짧고 폭발력도 약하지만 가볍고 기동력이 우수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들 포탄은 우크라이나가 쓰고 있는 것과 호환가능할 것"이라며 "이들 105mm 포탄을 빌려주는 것은 한국의 국방 태세를 약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또 "한국산 105mm 포탄을 대량 사용하고, 현재 미국이 생산중인 155mm 포탄으로 채워 넣겠다고 미국이 제안하면 한국에 호소력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105mm 포탄[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105mm 포탄[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이어 "정치적으로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에 수백만발의 탄약을 이전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의지를 밝혀왔다"며 미국이 제안하면 한국이 응할 수 있다는 내다봤다.

두 사람의 이런 주장에 실현 가능성과 필요성을 둘러싼 상반된 의견이 팽팽하다.

우선 한국이 155mm 자주포와 120mm 박격포로 대처해야 하는 실정을 감안하면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 제안이 들어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그 하나다.

북한군의 야포 사격 훈련 장면[연합뉴스 자료 화면]
북한군의 야포 사격 훈련 장면[연합뉴스 자료 화면]

반면 한국의 전장환경이 우크라이나와 달리 주로 산악지형인 데다 신속 사격 능력과 보병 등을 위한 근접 화력 지원  능력이 출중한 점을 고려, 신중하게 이를 받아야들여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