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4일 '특별 군사작전' 승인 직후 단행된 침공으로 사실상 전면전 양상을 띄게 됐다.
CNN 방송, BBC 방송,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5시50분쯤(현지시간) 긴급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위협을 용인할 수 없다"며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작전을 선포했다.
이어 "작전의 유일한 목표는 돈바스 지역 주민 보호"라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즉시 무기를 내려놓고 귀가하라"고 경고했다.
또 러시아의 이런 조처에 외국이 간섭하면 즉각 보복할 것이며,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소련 붕괴 후 현대 러시아가 세계 최강이라며 공격하면 누구도 패퇴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은 러시아의 이번 행동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침공으로 규정한 후 동맹 차원에서 즉각적이고 가혹하게 제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친러시아 성향의 주민이 대다수인 돈바스 지역은 이번 사태의 '화약고'나 마찬가지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로 불리는 분리주의 반군 세력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22일 두곳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독립을 승인하고 이들의 요청을 핑계로 '평화유지군' 파병을 결의했다.
작전 승인 직후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에 대한 군사 작전으로 한정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수도 키예프, 하리코프, 오데사, 마리우폴 등 주요 도시들도 공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도시에서는 수시로 폭발음이 들렸다고 외신은 전했다.
러시아군 공격헬기는 키예프 인근 군공항을 공습했으며, 벨라루스를 출발한 병력은 침공 개시 9시간 만에 키예프 북부까지 진입했다.
외신은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 발표를 인용, 러시아군이 키예프 북부 진공 과정에서 BM-21 '그래드'(GRAD) 단연장로켓포 사격을 가해왔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키예프 서쪽의 지토미르 지역의 군부대들이 다연장로켓포 공격을 받았고 밝혔다.
AFP 통신은 이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구조 당국이 키예프 남쪽으로 20km 떨어진 지점에서 14명을 태운 군용기가 추락해 사상자 파악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AFP는 이어 저공비행하는 여러 대의 헬기가 키예프를 향해 날아오는 장면도 목격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국방부 발표를 인용, 정확도가 높은 미사일 등을 동원한 공습으로 레이더, 지휘소, 해군 기지, 대공미사일 등 74개의 군시설물과 장비들이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또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 소속 공격용 헬기 1대와 터키제 '바이라크타르' 공격용 드론 4기도 격추시켰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지상군도 여러 방향으로 우크라이나에 진입하고 있다.
AFP통신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개전을 선언한 지 몇 시간 만에 러시아 지상군이 여러 방향에서 우크라이나로 넘어왔다고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를 인용해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에서 러시아 탱크 등 각종 군사 장비가 우크라이나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사상자 발생도 잇따랐다. 연합뉴스는 외신을 인용, 러시아 공격으로 한국시간 오후 9시 현재 우크라이나군 4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미사일 공격이 이뤄지는 등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리자 키예프 시민들은 두려움 속에 피란길에 올랐다.
서쪽 유럽 국경으로 향하는 피란 행렬이 도로에 꽉 차면서 키예프 도로가 심한 정체를 빚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예프와 리비우에선 공습경보도 발령돼 시민들이 지하철역으로 대피했다. 서부 도시 리비우엔 미국 대사관 등 여러 외교 공관이 대피한 곳이다.
크렘린궁은 이번 공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진행 상황과 목표에 달려 있다고만 밝혔다.
이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도시의 민간인이 있는 지역을 겨냥해 미사일 공격이나 포격을 하지 않는다"면서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위협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유엔과 국제사회에 최대한의 도움을 요청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서방 정상과 잇따라 통화하며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요청했다.
또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모든 안보·국방 요소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라며 "조국을 지키려는 누구에게나 무기를 지급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개전 선포는 미국 뉴욕시 유엔본부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린 직후에 나왔다고 연합뉴스가 외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러시아가 강행한 군사 작전에 대해 정당한 사유가 없는 침공으로 규정하고 동맹과 함께 즉시 가혹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맞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치명적 인명 손실과 고통을 초래할 계획적인 전쟁을 선택했다"며 "이 공격에 따른 죽음과 파괴의 책임은 오로지 러시아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맹, 파트너 등 전 국제사회가 집단으로 러시아에 가혹한 제재를 부과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사안을 논의하고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미국은 러시아에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안보리 결의안을 24일 제출할 계획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감행한 무모하고 정당한 이유가 없는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군사적 행동을 즉각 멈추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이어 유럽 동부에 지상군과 공군력을 추가로 배치할 것이며 해군도 추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내에는 나토 병력이 없으며 현재로선 병력을 보낼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이 정당하지 않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 원자재, 가상화폐 시장은 충격에 휘청거렸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2.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선물은 2.1%, 나스닥 100지수 선물은 2.5% 하락했다.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주가도 2% 이상 떨어졌다.
한국 코스피는 전장보다 1.11% 내린 2689.28에 출발한 뒤 우크라이나 사태 긴장 고조에 장중 낙폭을 키웠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6% 내린 2648.80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9.12포인트(3.32%) 내린 848.21에 마감했다. 지난 15일(839.92) 이후 열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8.09포인트(0.92%) 내린 869.24에 개장한 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소식에 낙폭을 확대했다.
일본 닛케이지수와 대만 자취안지수는 각각 1.81%, 2.55%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우리 장 마감 때쯤 1.98%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3.21% 급락 마감했다.
러시아 RTS 지수는 한국시간 오후 9시30분 현재 37% 급락하고 있다.
이날 국제적인 긴장 강화로 원달러 환율도 8.8원(0.08%) 올라 1202.5원에 장을 마쳤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이날 한때 10% 가까이 폭락했다. 이에 이날 모스크바 증권거래소는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모든 시장에서 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같은 시간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9.61% 떨어진 3만5094.2달러(약 4227만원)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 원유가도 폭등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2014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천연가스 선물도 이날 개전 직후 유럽 시장에서 1000㎥당 1400달러(약 168만원)에 육박해 35% 뛰어올랐다고 연합뉴스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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