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차르'(황제)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71) 러시아 대통령이 압도적 지지율로 5선을 사실상 확정했다.

  푸틴 대통령이 압도적인 지지율로 5선을 확정지으며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푸틴 대통령이 압도적인 지지율로 5선을 확정지으며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스탈린이 기록한 29년 장기 집권을 넘어 종신집권의 길을 연 셈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푸틴이 정적들을 투옥하고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맞서 출마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 선거는 명백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독일 외교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에서 치러진 가짜(pseudo)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으며, 그 결과는 누구도 놀라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필자가 주목하는 점은 그의 득표율이다.

 러시아 여론조사센터 브치옴(VTsIOM)은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대선 출구조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4명의 후보 중 가장 높은 87%의 득표율로 선두에 올랐다고 밝혔다.

 다른 여론조사 기관 폼(FOM)은 출구조사에서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이 87.8%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종 득표율은 나와봐야 알겠지만 90%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와 2년 넘게 전쟁을 치르고 수 십만명의 사망자와 나왔는 데도 러시아 국민 10명 중 9명은 푸틴을 지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사례가 적지 않다.

 1938년 히틀러 총리가 총통으로 승격(?) 하기 위해 치러진 2차 총리 선거에서 득표율은 86%에 달했다. 

 영국의 우파 역사학자인 폴 존슨은 그의 저서 '모던 타임스'에서 당시 득표율은 독일 역사상 전례가 드문 최고의 지지율이었다고 비평했다.

 유럽에서 전쟁을 일으키려는 그에게 독일 국민들은 '몰빵' 지지를 해 준 셈이다. 역사적으로 2차 대전을 일으킨 히틀러를 최악의 지도자였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사실 그에게 몰표를 몰아 준 당시 독일 유권자들의 책임이 훨씬 큰 게 아닐까.

 먼 과거를 볼 필요도 없다.

 몇 년 전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08%를 기록했다. 당시 우파에서 홍준표(24.03%)와 안철수(21.41%) 두 후보가 나오는 바람에 문재인 후보가 어부지리로 대권을 쥐게 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문제는 특정지역에서의 문 후보 득요율이 93%에 달했다는 점이다. 지금 러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푸틴 후보의 득표율을 훨씬 앞섰다는 얘기다.

 저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득표율이 예컨대 70% 넘어서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데 93%라니.

 그 지역 유권자들이 상식을 훨씬 넘어서는 몰표를 몰아줬다는 건데 이건 비상식을 넘어,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 제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총선을 코 앞에 두고 비슷한 현상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는 게 한국 정치의 현주소다.